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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석 전북대 교수, NGO 연구자들의 보수성 비판
정태석 전북대 교수, NGO 연구자들의 보수성 비판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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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논문: '경제와사회' 겨울호에서 비판적 검토

지난 2000년 ‘NGO학회’가 출범했고,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와 경희대 NGO 대학원 등에서 시민사회와 NGO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정태석 전북대 교수(사회학)가 ‘시민사회와 NGO에 관한 최근 논의의 비판적 검토’(경제와 사회, 2005년 겨울호)라는 논문을 통해 NGO 연구자들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요즈음 다원주의적 시민사회론이 연구경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에 대해 “이는 보수적인 정치적·규범적 선호의 결과”라며 몇몇 학자들을 비판하고 나선 것.

비판의 주 타겟은 하버마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김상준 경희대 교수와 오현철 한양대 연구교수의 시각이다. 정 교수는 오 교수가 논문에서 “시민사회론에 대한 기존 관점들은 분석의 적합성을 상실했다”라며 하버마스의 병행론적 관점을 적극 수용한 것에 대해, “오 교수의 비판은 시민사회론의 규범적 차원과 분석적 차원을 혼동하고 있으며 분석적 적실성도 시대적 조건에 따라 상대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초점이 다소 어긋나 있다”라며 재비판한다. 오 교수는 논문에서 유팔무 한림대 교수가 ‘하버마스가 계급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하버마스 이론을 비판하자, “하버마스는 계급문제가 사라졌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지만, 정 교수는 오 교수의 이러한 반비판에 대해 “하버마스는 계급문제를 사라졌다고 주장하진 않지만,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계급적대가 약화됨에 따라 경제를 자율적 체계로서의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관점은 ‘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과 체계 내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에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라고 재비판하며 유 교수의 관점의 적실성을 든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김상준 교수의 관점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를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고전적 시민사회론으로 복귀해야한다’라고 주장하며 ‘시민적 사회’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통일적이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이론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며, 하버마스의 ‘공공성’ 개념을 도입한다고 해서 다양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한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은 절차적·형식적 성격을 띠고 있어 공공선이나 공익개념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나아가 정 교수는 “김 교수의 주장은 하버마스나 코헨·아라토 류의 다원주의적 시민사회론을 옹호하는 논리일 뿐 별다른 이론적 혁신이 없으며, 하버마스 이론을 적절한 방향으로 수용·발전시킨 것 같지 않다”라며 이론의 지체와 적실성을 비판한다.  

국내 시민사회를 연구함에 있어 정 교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시각은 시민사회와 시장(자본주의)간의 긴장관계를 주목하고 있는 연구들이다. 하버마스 연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유팔무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버마스의 체계·생활체계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 메커니즘과 불평등 문제를 사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이런 분석들이 이론적 차원에서만 시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민중운동 또는 노동운동의 현실적 조건을 분석적으로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억압하려는 지배이데올로기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사회운동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무시하는 보수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 ‘공공선’ 논리에 기반을 두고 정부와 NGO 간의 동반자관계를 추구하는 연구들(주성수, 남정일, 김영래, 성도경·박희봉·장철영 등)이 그런 점에서 문제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시민사회를 일률적으로 거버넌스를 위한 동반자관계로의 수렴을 주장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마르크스주의적·사회주의적·그람시적 시민사회론을 이론적 자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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