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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 획일화 토대로 작용할 것”
“대학사회 획일화 토대로 작용할 것”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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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최종 결정…학계 반발 확산

지난 8일 동국대 이사회가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를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학계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교협, 교수노조, 학단협,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26개 교수·학술단체는 10일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긴급 집회를 갖고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 결정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며 “동국대의 이번 결정은 국가보안법 망령에 사로 잡혀 범한 잘못이기 때문에 우리를 더욱 분노케하고 슬픔에 잠기게 만든다”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이어 “취업제한을 무기로 대학을 위협하는 자본의 힘에 굴복할 것인가”라며 결국 “자유로운 학문연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의 존립근거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동국대의 이번 결정이 대학사회를 획일화시키는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학을 이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자본과 권력이 강제하는 것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획일성의 포로로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며 “획일성의 논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논리에 다름 아니며 동국대의 이번 결정을 통해 자신을 교육부문에 있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동국대 구성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동국대 교수들에게 역사에 부끄러움이 없는 당당한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동국대 동문들과 학생들 역시 현실이기주의에 매몰돼 양심적 교수를 대학에서 추방하는 우매함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편, 동국대는 지난해 12월 26일 홍기삼 총장과 보직 교수단이 참석하는 정책회의에서 강 교수 직위해제를 결정했으며 지난 1월 24일 열린 정책회의에서 강 교수가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사회에 직위해제를 제청했다.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8일 이를 받아 들여 강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최종 결정했다.

강 교수는 “이사회에서 유보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법적 조치 등 가능한 모든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교수-학술단체 긴급 집회 성명서>

동국대는 일백년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강정구교수 직위해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결국 동국대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2월 8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를 결정함으로써 100년 동국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강교수 사건에 대한 동국대의 이성과 양심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한갓 허망한 꿈에 불과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다.

동국대의 이번 결정은 역사의 쓰레기장으로 폐기해야할 낡은 법인 국가보안법 망령에 사로 잡혀서 범한 잘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결정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고 슬픔에 잠기게 만든다. 아니면 취업제한을 무기로 대학을 위협하는 자본의 힘에 굴복한 것인가? 그렇다면 자유로운 학문연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의 존립 근거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 아니면 역사발전의 대세에 밀리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수구세력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무너진 것인가? 그렇다면 이는 동국대 스스로 자승자박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동국대의 결정으로 인해 학문-사상의 자유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되었다. 이런 사태가 보편화된다면, 비록 우리 헌법이 학문-사상의 자유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학문의 미래가 담보될 수 없다. 대학이 학문-사상의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굴복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찌 학문의 미래가 담보될 수 있겠는가!

동국대의 이번 결정은 우리의 대학사회를 획일화시키는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정은,  대학을 이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자본과 권력이 강제하는 것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획일성의 포로로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획일성의 논리,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논리에 다름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동국대는 이번 결정을 통해 자신을 교육부문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으로 드러냈다.

그렇지만, 우리는 동국대가 진정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희망한다. 실제로 우리는 대자대비의 불교정신을 건학이념으로 지니고 있고, 일백년의 역사를 지닌 동국대가 그런 저력을 지닌 대학이라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그러나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는 데에 앞장서야 하며, 지금이라도 당장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결정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철회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동국대 교수들에게 역사에 부끄러움이 없는 당당한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동국대 동문들과 학생들 역시 현실이기주의에 매몰돼 양심적 교수를 대학에서 추방하는 우매함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교수-학술단체들 역시 모든 민주시민들과 더불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고, 대학이 자본과 권력의 압력에 굴복함이 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6년 2월 10일

강정구교수 직위해제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교수-학술단체 일동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산업사회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동아시아 역사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 민족문학사 연구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시민환경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정치연구회, 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교육연구소,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한국사회과학연구소,  한국공간환경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여성연구회, 제주 43 연구소, 사월혁명연구소, 서울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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