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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될 가능성 있는 사람까지 기록한 '官案'
임명될 가능성 있는 사람까지 기록한 '官案'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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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고서 해제본 7집 펴내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태근)이 소장중인 귀중본을 소개한 '선본해제 VII'을 펴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소장 고전 자료가 26만여책에 이르는 국내최대의 고서 소장기관으로 지난 1970년대부터 목록집 편찬과 해제집 간행 작업을 시작해 이번 '선본해제 VII'을 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해제집은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국본 고전적해제사업에 의해 해제된 1백74종 5백66책을 대상으로 했다. '철학.종교', '역사.지리', '어학.문학' 등 3분류로 나눠 귀중고서의 상세한 목록정보와 함께 자료별로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수록해 관련학계와 연구자들이 자료를 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록된 자료 중 '朝鮮之古錢'은 1910년대 開城 주변에서 출토된 당송 시기의 주화에 대한 설명과 실물 주화를 첨부한 특색있는 자료이며 '詳校正本慈悲道량懺法' 10권5책은 성종12년(1481) 睿宗의 계비 인혜왕대비 한씨가 養祖母의 영가천도를 위해 7부만을 찍어낸 것 중 하나다.

▲관안 ©
그 외에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조선 고종연간(1863~1907)에 관직별로 관리들의 명단을 작성하기 편하게 절첩으로 만든 '官案'이 있다. 누군가가 사적인 용도로 만든 이 목록집은 고종시기 전반에 걸쳐 작성돼 관리가 바뀔 때마다 이름 위에 별도의 첨지를 붙여 바뀐 이름을 표기하였다.

고종 때의 중앙관서와 그 인원, 대강의 연혁,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또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까지 뒷부분에 따로 명기돼 있다는 점에서 조선말기의 행정구조와 인적자원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로 보인다. 특히 고종 때 변화된 관직의 상황과 혁파된 직책, 행정구조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어 조선 말기의 부족한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포일기 ©
'西浦日記'는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서포 김만중의 일기집이다. 숙종 6년(1680)에 김만중 자신이 직접 쓴 친필 초고본으로 본문 중에 교정과 윤문의 주기가 있고, 중간에 여백으로 남겨진 곳이 있어 미완으로 끝났음을 드러내는데, 12월 7일부터 20일까지 14일간의 일기다. 12일의 일기는 원래 기록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원래의 기록이 후일에 삭제됐는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해제집은 밝히고 있다.

주요 내용은 서포가 창경궁의 경연에서 숙종과 경영관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요약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대사헌 이단하, 지평 윤거, 장령 이홍적, 사간 안후, 영중추부사 송시열, 영의정 김수항 등이다. 이 일기가 집필된 시기는 南人들이 西人에게 몰려난 이른바 경신대출척의 직후에 해당되므로,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는 데에 더없이 소중한 자료로 보인다.

▲신임기년제요 ©
비슷한 성격의 자료로 '신임기년제요(권1~5권)'도 잇따라 등장한다. 이는 경종 1년(1721)에서 2년 사이의 왕통 문제와 관련해 소론이 노론을 숙청한 사건인 '辛壬士禍'에 관한 글과 사실 등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 구준원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요직을 거친 중요한 행정가다.

이 책의 사료로서의 특징은 '신임사화'와 관련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복원하기 위해 '난여', '초종설'을 비롯해 '단암만록', '도암집', '도곡집', '소재집', '한포재집' 등 총 52종의 서적에서 내용을 수집, 발췌해 엮었다는 사실이다. 주된 내용이 노론과 소론의 당쟁, 신임사화의 전말, 그 후 영조의 탕평책과 노론의 집권과정에 대해 상세하기 기술한 것이라 당쟁을 다룬 여러 전적 중에서도 당쟁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렇듯 고서별로 자세한 해제와 사료의 의의가 붙어있어 관심있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지만, 이번 해제집 전체가 어떤 중요성을 띠고 있는지, 연구되지 않았던 자료는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는 '머리말'이 없어 아쉬움을 준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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