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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언: 프로이트,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문가 조언: 프로이트,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강영계 건국대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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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치료'가 저술 동기…'꿈해석'의 혁명성 주목해야

정신분석학은 20세기 초 프로이트가 창안한 새로운 학문이다. 정신분석학은 학문이론이자 관찰방법이며 치료법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자신의 정신분석학을 정립하며 ‘정신분석학입문’과 여타의 저술들에서 정신분석학의 내용을 확충한다. ‘꿈의 해석’은 어떤 의미에서 정신분석학의 신기원을 장식하는 것일까.

상식적 사고는 물론이고 플라톤으로부터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관심은 합리적 의식 내지 이성적 자아였다. 프로이트 당시만 해도 비정상적 정신상태는 신체기관, 특히 뇌신경기관의 장애에 의한 것으로 진단됐다. 따라서 의학 심리학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약물요법이나 수술에 의해서 기관장애를 제거함으로써 비정상적 정신상태(노이로제)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많은 히스테리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풍부한 임상경험에 의해 전혀 새로운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위경련, 무감각증, 근육수축과 마비, 간헐적 경련, 지속적인 구토와 식욕부진, 음식거부증, 다양한 시각장애, 반복되는 환시 등과 같은 히스테리증세가 신체기관의 장애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프로이트의 관심의 방향을 전환하게 했다. 여러가지 히스테리증세의 원인들은 신체기관이나 신경세포 구조의 이상에 있지 않고 신체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는 사실에 접한 프로이트는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능장애로 인한 히스테리증세에 접한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노이로제증세의 현상과 꿈의 현상이 유사하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꿈을 해석하면 히스테리 증세와 노이로제증세도 쉽사리 해석하고 치료할 수 있으리라고 믿게 되었다. 히스테리증세의 원인들은 기억 속에 은폐된 정신적 상처(트라우마)다. 과거 어떤 사건에 직면해서 정신적으로 상처받고 그것을 외부로 발설하지 못하고 억압하면서 방어할 경우 정신적 상처는 왜곡되거나 전환되어 신체의 증세로 나타내며 그것이 바로 히스테리증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의 해석’의 원래 제목은 ‘꿈에 관한 꿈해석’ 이며 이 책을 통해서 프로이트는 실수나 실언 그리고 노이로제 현상과 꿈의 현상을 유사한 것으로 보고 꿈을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정신과정을 해석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동안 꿈이라는 정신과정의 한 부분에서 욕구충족이 왜 발생하며, 어떻게 진행되고 완성되는지를 철저히 파헤치는 것이 ‘꿈의 해석’의 목적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노이로제증세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꿈의 해석’ 제 1장에서 프로이트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꿈에 관한 무수히 많은 문헌자료들을 제시하고 검토한다. 그 결과 프로이트는 특정한 자극들이 꿈을 꾸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그것들은 ①외적(객관적) 감각자극, ②내적(주관적) 감각자극, ③내적(기관의) 신체자극, ④순수한 정신적(심리적) 자극원천 등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꿈은 미래의 사건을 암시한다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꿈해석의 태도였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꿈을 욕구충족의 기능으로 해석했다. 과거에 이미 어떤 다른 생각의 과정이 원래 있었고 그것의 대리물이 꿈이다. 즉, 꿈은 미래사건의 암시가 아니라 과거사건의 대리물이라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이 잠재적 꿈생각과 검열과 명백한 꿈내용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해명함으로써 인간의 역동적인 정신과정을 밝히려고 했다. 꿈에서 원래의 욕구충족은 알수 없을 정도로 은폐된다. 예컨대 어제 낮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거나 풍만한 이성에 대해서 강한 성욕을 느꼈다고 하자. 그런데 꿈에서는 원래의 꿈의 주제와 욕구에 대립하는 반대의지 또는 억압의도가 욕구충족이 직접 표현되는 것을 억압한다. 반대의지나 억압 의도는 검열에 해당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명백한 꿈내용은 실상 원래의 꿈생각이 검열을 거쳐서 왜곡되어 나타난 것이다. 정상인들이 꿈에서도 꿈의 왜곡이 일어나지만 노이로제 환자의 꿈에서는 정상인에게서보다 더 심한 꿈의 왜곡이 일어난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서 복잡한 정신활동 내지 정신과정을 밝히고 나아가서 노이로제 등 기능장애에 의해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을 치료하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원래의 꿈생각을 의식되지 않은 것으로, 검열을 의식되기 이전의 것으로 그리고 명백한 꿈내용을 의식된 것으로 불렀다. 이러한 정신과정의 구조는 후기에 가서 그것(Id:심층의식), 초자아(Super-ego:은폐된 도덕적 양심) 및 자아(ego:합리적 자아)로 대치된다. 원래의 꿈생각을 성적 충동으로서의 리비도로 본 초기의 생각은 후기에 가서 수정되면서 그것(Id)으로서의 심층의식이 인간의식의 핵심을 형성한다. 말기의 프로이트는 심층의식을 죽음의 충동과 사랑의 충동 두 가지로 나누었다. 프로이트 이후 안나 프로이트, 멜라니 클라인, 자크 라캉 등은 각각 정신분석학의 독특한 진로를 개척해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프로이트의 심층의식 분석 영향을 받았기에, 정신분석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한다면 단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영계 / 건국대·서양철학

독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니체관련 연구서와 역서와 더불어 ‘정신분석이야기’ 등 정신분석관련 연구서들을 다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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