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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 주요 계간지 2006년 상반기 특집 엿보기
전망 : 주요 계간지 2006년 상반기 특집 엿보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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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50주년, 황해문화 50호 특집 풍성… 한국사회 심층 해부

병술년 학술담론을 주도해나갈 기획들은 어떤 것들일까. 각  계간지 편집위원들에게 상반기특집을 들어봤다. 황우석 교수 사태를 큰 특집으로 준비하는 곳은 한두곳 빼곤 없다. 또 지난해처럼 ‘광복 60주년’이라는 공통된 화두도 없다. 그러나 몇몇 잡지들이 특별기념호나 혁신호를 준비함으로써 흥미를 끌고 있으며, 그 외에는 잡지의 성격과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근 한국의 단면들을 분석하는 기획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계간지 ‘창작과비평’, ‘비평과전망’, ‘황해문화’다. ‘창비’는 올해 창간 4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66년 1월 창간된 이래 언론통폐합사건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87년 이후 복간돼 그 발걸음을 유지해 온 것. 그런 만큼 풍성한 밥상 준비에 분주한데, 봄호에 ‘6·15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특집으로 통일시대 담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지난해 ‘87년체제’ 문제제기에 이어 계속 다뤄나갈 화두다. 6월의 국제학술대회도 기대해볼만하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잡지의 역할’을 주제로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비판적 잡지들의 지식인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간의 역할을 논할 예정이다.

지식인들의 大연합…‘자생적 담론’ 기대돼

문학제도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비평과전망’은 혁신호를 낸다. 반년간지에서 드디어 계간지로 전환해 본격적인 담론을 펼쳐나갈 생각이며, 지금도 젊지만 좀더 젊은 세대로 편집위원을 교체할 예정. 편집위원장인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그동안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으로 정체성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자생적인 담론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내비쳤다. ‘비평과전망’ 동인들은 지난 12월 ‘작가와비평’ 동인들과 모여 연합 콜로키움을 가졌었는데, 이 모임을 정례화 해 지상중계도 할 것이라 한다.

12년 남짓 걸어온 ‘황해문화’ 역시 봄에 50호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파격적인 모습으로 찾아온다. 문학이나 그 외 비평부문은 한 호 쉬어가고, 특집만으로 전권을 꾸민다. ‘대한민국의 상처와 욕망을 말하다’가 주제로 ‘이 땅의 50인에게 듣는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비정규직노동자, 외국인 망명자, 외국인 불법체류자, 조선족, 여성비정규직, 공무원노조, 교원노조, 농민, 도시빈민, 탈북자, 노점상, 고교생, 지방사립대학생, 양심적병역거부자, 원폭피해자, 위안부여성들이 말하는 지난날의 상처와 앞으로 대한민국에 바라는 욕망들을 담아낼 것이다. 또 여름호부터는 재외한인문제 등 디아스포라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할 예정.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펴내는 반년간지 ‘시민과세계’도 올해 연구소설립 10주년, 잡지발간 5주년을 맞는다. 하반기에 특집호를 준비중이며, 상반기에도 ‘87년체제 이후 20년’이라는 시점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되새겨봤다. 편집위원장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너무 일반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문제도 空洞化 상태”라며 “지역의 단면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민주화상황을 검토해보려 한다”고 밝힌다. 

지난해 특집을 대폭 강화해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오늘의 동양사상’은 역시 기획특집에 승부수를 둘 예정이다. 편집위원장 홍원식 계명대 교수는 “특집에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을 할애할 것”이라 한다. 주제는 ‘최근 10년 동아시아 담론, 어디로 가고 있나’. 어느새 학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던 동아시아담론이 유행한지도 벌써 10여년이다. 그래서 ‘오늘의동양사상’은 이 참에 버릴 것은 버리고, 주워 담을 것은 담자는 의도에서 7개 분야로 나누어 검토한다. △유교자본주의론(경제학·사회학) △공동체주의담론(정치학·사회학) △생태담론 △해체주의담론(동양철학) △여성문제(노장철학) △깨달음의 문제(불교) △동아시아 공동체와 한국의 정체성 등이 목록이다. 학계에 화두를 던지고 있는 ‘論과爭’이란 장도 계속 이어나가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려 한다.

황우석 교수 사태를 쟁점으로 삼는 곳은 두 군데다. ‘역사비평’이 과학문제를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다뤄보겠다며 나섰다. △미디어와 황우석 사건 △과학민족주의의 비극 △황우석(팀)의 연구 △황우석 사건과 윤리논쟁(과학자, 언론, 의사, 생명윤리) 등으로 그간 많이 논의되어 왔던 면면들이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얼마나 차별적이고 깊이 있는 논쟁을 보여줄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여/성이론’은 ‘여성의 몸, 난자매매’를 기획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사태의 중심에 여성을 놓겠다는 의도다.

기존 기조 유지…새롭고 구체적인 분석이 관건

‘문화과학’은 연속기획을 이어간다. 지난 여름 ‘동북아시아와 민족문제’라는 커다란 화두를 던졌던 ‘문화과학’은 정치, 경제부문에 이어 봄호에서 사회부문을 특화시켜 다룰 예정이다. 교육, 문화정책, 여성·가족, 복지, 환경에 대해 문화적 진단과 대안을 내놓겠다는 것. 문학계에서는 2000년대, 90년대, 80년대가 모두 쟁점이 되고 있다. ‘작가와비평’이 지난호에 90년대 문학을 결산한데 이어, ‘오늘의 문예비평’과 ‘문학과사회’는 2000년 이후의 문학을 논한다. 특히 ‘오늘의 문예비평’은 시, 소설, 비평을 특화시켜 다루는데, 봄호에선 2000년대 시인들의 詩性을 새롭게 규명하려 한다. ‘비평가론’에서는 최원식, 김인환에 이어 김종철 영남대 교수 등을 본격 비평의 대상으로 올려놓을 예정. 한편 ‘실천문학’은 80년대로 되돌아간다. ‘80년대 문학의 영광과 그늘’이 그것. 각 시대별 재평가가 침체된 문학계에 활기를 줄 것인가.

사회과학 분야의 ‘경제와사회’나 ‘진보평론’의 특집주제는 익숙한 편이라 얼마나 새롭게 다룰 것인지 기대하게 한다. ‘경제와사회’는 봄호에 ‘고도성장의 시대를 넘어서’란 기획을 마련했다. ‘고도성장의 빛과 어둠’, ‘고도성장의 한계와 생태적 전환’ 등 4꼭지로 준비 중인데, 한국을 얼마나 제대로 벗겨낼지 기대된다. ‘진보평론’은 이른바 진보세력의 비리, 지도부몰락, 선거여파 등 위기상황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얼마나 구체적으로 현안을 파헤치는가에 따라 임팩트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환경 운동,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 없다’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던 ‘환경과생명’은 환경운동에 대한 성찰과 재방법화를 계속 고민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역시 환경정의를 붙잡았다. 요즘 ‘웰빙상품’이 화두인데 환경운동은 이런 의식들을 전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에서 환경정의를 새롭게 규명하려 하는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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