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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사학법과 균형 고려해야”
“개정 사학법과 균형 고려해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12.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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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국립대 법인화 논의 어디까지 왔나

국립대 법인화 법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9월 구성된 교육인적자원부 ‘국립대학운영체제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논의된 의견에 대한 워크숍이 지난해 12월 26일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립대 법인화 교육부 법안에 대해 그동안 6차례에 걸쳐 협의된 내용을 정리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른 고려가 국립대 법인의 의사결정구조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제기가 많았다. 협의회는 총장을 제외한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로 제기됐지만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과의 균형을 고려해 교수대의회나 평의회에 적어도 일정한 수의 이사추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교육부 법안에는 이사회 이사를 총·학장, 교육부장관 추천 2인, 법인 소재지 광역자치단체장, 지역경제인단체 대표,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추천하는 자, 총동창회 대표 등으로 구성토록 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 운영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일정 수의 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자칫 대학의 자율이 침해된다는 우려가 강하고, 장관에게는 각종 감독권 및 감사 추천권도 있기 때문에 장관 추천자를 포함하더라도 시안의 2인은 많으며 대학의 형편에 따라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교육감 또는 교육감 추천자의 이사회 참여에 대해 대표성과 전문성 어느 면에서나 부정적으로 평가됐고, 수많은 직역 가운데 경제 단체에 한정해 이사를 담당할 필연적 이유도 없다고 협의회에서 논의됐다. 이에 따라 이사정수, 당연직 이사, 외부인사의 비율만 법률에 정하고 나머지는 정관사항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교수 등 구성원의 이사회 참여 여부 및 정수도 법률의 범위 내에서 정관으로 정하자는 안도 제안됐다. 이사회의 총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고려한다면 직역 대표 또는 전문가보다는 구성원대표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논란이 됐던 총장의 이사장 겸임여부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집행권을 갖고 경영자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갖는다면, 총장의 겸임은 불가하다는 것이 협의회의 다수 의견이었다. 단, 특수한 경우를 고려해 정관으로 정하도록 해 겸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감사에 대해서는 경영감시 및 통제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감사를 상임으로 할 경우, 현재의 국립대학 병원에서 보이는 것처럼 계층제에 매몰돼 그 존재의의가 애매해지고, 외부 회계감사만으로 하는 경우 전문성 없는 형식화된 감사에 그칠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감사는 총장으로부터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협의회 회계팀은 이사회가 추천하는 자 외에 견제기구로서 교수대의회 또는 평의회가 추천하는 자 1인 및 교육부장관이 직접 임명하는 자 1인을 추가하는 ‘비상근’ 감사위원회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 워크숍에 토론자로 참석한 최대규 성도회계법인 이사는 대학의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사들의 의견을 들어, “감사재임기간 2년 동안 대학회계를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근직의 감사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며, 대신 상근직의 감사를 선임함에 있어서 감사선임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성 있는 인사를 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 외국 법제에 대한 검토와 함께 현행 고등교육법에 대한 면밀한 재평가와 사립학교법과 다른 특수국립대학들에 관한 법령들, 민법의 법인체제에 대한 비교 분석등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비교법적 근거뿐 아니라 제도 형성의 풍토와 문화, 이사·구성원들의 실질적인 권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을 지냈던 박백범 충북대 교수(교육학과)는 “대학현장과 괴리된 정부정책으로는 당초에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총장-이사회-교수대의회의 지배구조체제는 실제 현장에서는 나름대로의 대학의 잣대에 의해 재단되어지고 해석되어져 다양한 형태로 변질되거나 형해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큰 틀에서 방향만 제시해 주고 최소한의 규정만 법률에 담아 각 대학이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인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창신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장은 “당초 10월말에서 또 12월말까지 ‘국립대학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 한다고 했는데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문제 때문에 비상이 걸려 다소 늦춰지게 됐다”면서 “오늘 워크숍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안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개정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운법’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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