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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자체발전계획에 무엇을 담았나
국립대, 자체발전계획에 무엇을 담았나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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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방침대로 천편일률…총장직선제는 폐지보다 보완 택해
교수신문은 최근 15개 국립대학의 자체발전계획을 입수했다. 대학개혁의 방향타 구실을 하게 될 발전계획에 대학은 어떤 미래를 담았을까. 어떤 특별한 개혁방안을 고안했을까.

결론부터 밝히면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하는 실망으로 번져갈 수밖에 없을 듯 하다. 15개 대학의 발전계획을 분석한 결과 중점학과 육성, 권역내 대학간 연계구축 부문을 제외하곤 비슷비슷한 구조개혁 방안으로 채워졌다. 계획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역할분담과 연계체제 구축 △대학운영시스템 개선 △질 관리 체제 확립 등 세 가지 틀에서 추진과제를 밝히는 순서로 작성됐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중점육성 분야 선정, 학과통폐합, 교류협력, 연합대학 구축 등 ‘대학 간’ 구조개혁 방안을 담았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대학 내’ 구조조정 방안으로 의사결정구조 개편, 보직운영 축소, 부속시설 통폐합 등에 관한 내용을 실었고, 세 번째 부분에선 교육·연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업적평가 방식, 학부제, 모집단위광역화 방안 등을 담았다.

발전계획, 차이점과 공통점

▲중점육성 분야 : 각 대학이 주로 지목한 분야는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이다. 특히 생명공학은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강원대, 강릉대, 경북대, 경상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창원대, 제주대 등 지역별 주요거점 대학들은 어법만 조금씩 달리해 생명공학을 우선 중점 육성분야로 내세웠다. 정보통신분야도 마찬가지로, 10여개 대학이 공통적으로 선택했다.

다른 대학과 차별되는 학문분야를 내세운 대학은 주로 후발 국립대와 산업대. 부경대는 수산·해양/기계/전자컴퓨터통신 분야를, 안동대는 국학·문화관광/환경기술 분야를, 군산대는 수산·해양/자동차부품·기계산업분야를 선택했다.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는 기초학문을 포함시킨 대학도 적지 않다. 충남대, 충북대, 부경대, 전북대 등은 기초과학, 인문학 등을 중점육성 분야로 선택했다.

▲권역내 대학간 연계 : 학과통폐합과 교류협력 확대방안은 각 대학의 의지를 담는 수준에 그쳤다. 계획 수립단계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나홀로 꿈’을 표현한 대학이 대부분. 합의된 결과를 내놓은 곳은 대구·경북지역과, 충남지역 뿐이다. 대구·경북지역 5개 대학은 교류협력과 학과교환 단계를 거쳐 2010년까지 ‘대구경북국립대학’을 설립키로 합의했다. 충남지역 5개 대학은 대학별 특성을 살리면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장직선제 : 직선제를 폐지하기보다 문제점을 보완·개선하겠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간선제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한 곳은 부경대가 유일하다. 부경대는 장기적으로 학내구성원 대표와 동문, 학부모, 지역인사로 구성된 ‘대학평의회’에서 총장을 뽑는 방식을 내놓았다. 강릉대, 군산대, 창원대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를 대상으로 교수들이 직접선거를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강원대, 전북대, 경북대 등은 선거권을 학생, 직원, 외부인사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업적평가제 : 대학마다 느슨한 현행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뚜렷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승진, 재임용, 정년보장, 연구비 지원, 연구년제, 성과급 지원 등과 연계시키키는 활용방안을 덧붙였다. 또한 양적평가와 질적평가 병행, 학문분야별 특성을 감안한 평가기준 개발, 교육·연구부문에 따라 가중치 차별화 등도 똑같은 메뉴로 등장했다.

▲행정구조 개혁 : 국립대설치령 개정으로 대학본부와 단과대 행정조직을 상반기 중으로 개편해야 하는 각 대학의 사정을 감안할 때 구조개혁분야도 큰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군산대는 단과대학을 기초·보호학문과 응용학문으로 구분해 2개로 통합하기로 했고, 강원대는 자연대·인문대·사회대를 문리대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 대학의 장밋빛 청사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차별화된 방안이라기 보다는 모범답안의 나열이라는 점이다. 지역적 특색과 대학의 강점을 면밀히 분석한 대학도 세부추진계획은 대동소이하다. 두번째는 이름 그대로 자체발전계획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계획안은 교육부가 정한 방침에 각 대학이 실행방안을 제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중점육성분야 선정 등을 제외하고 당초 교육부의 학사·행정구조 개혁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 번째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고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도 적잖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권역별 연합대학 구축계획은 대학간에 충분한 사전의견조율이 되지 않은 채 각 대학의 일방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수준에 그쳤다. 각 대학이 실행시기를 대체로 2003년 이후로 세운 것도 실행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실천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더욱 큰 문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서 순위를 매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용의 엄밀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면 결국엔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든 보고서를 잘 쓰고, 잘 만든 대학이 좋은 점수를 결과를 얻게될 것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계획안 제출을 미뤄온 전북대가 지난달 중순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교육부는 본격적인 평가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2일 교육부는 평가모델 시안을 공개했다. 6개 항목 21개 과제로 나눠 평가하고 과제별로 배점에 차이를 뒀다. 교수업적평가제에 30점인 부여해 가장 높은 배점을 매겼고, 중점육성분야 선정과 대학간 통폐합/학과교환 계획에도 높은 배점을 매겼다. 교육부는 이 달 중으로 국립대발전위원회를 열어 평가모델 시안과 심사위원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평가에 돌입한다. 결과는 9월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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