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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정 사학법, 대학평의회 구성 분쟁 야기”
기고: “개정 사학법, 대학평의회 구성 분쟁 야기”
  • 임재홍 교수
  • 승인 200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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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홍 (영남대·공법학)


장기간 표류해 온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야의 물리적 충돌 속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작업은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법안을 제출한지 거의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는 투명성의 확보에 있다. 그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개방형 이사제와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친족이사비율의 축소, 임원의 결격사유 강화 등이다. 특히 갈등이 심각했던 것은 사립학교법인이사 중 1/4을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로 약칭)나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으로 약칭)의 추천으로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회제도이다.

사립학교의 내부 구조상 사학비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있을 수도 있다. 사립학교법상 이사회의 권한이 매우 강한데 비해, 이 이사회의 구성은 전적으로 이사장 혹은 설립자에 일임되어 있어서 부정적 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이사회가 학교장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하고 학교장이 다시 보직자를 선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위로부터의 지배구조가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경영과 학교행정의 분리를 포함하여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이사회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균형을 이루는 것은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개정 법률은 경영과 학교행정의 분리에 주안점을 두지는 않았다. 따라서 학교행정의 운영주체에 해당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조항은 마지막에 배제되었다. 이렇게 학교구성원들의 법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평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떠한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여하가 개방형 이사제와 감사제 성공의 열쇠가 되어 버렸다.

사학법인들은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학교는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다. 사실상 전교조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장악한 현 상태에서 개방형 이사 역시 좌경의 전교조가 장악하게 되면 한국의 교육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사학법인, 종교대표자들의 만남에서 사립학교법시행령을 통한 보완이 논의되고 있다. 이 보완의 내용으로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사학법인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의 자율성이 학교법인의 자율성으로 이해된다면 대평은 학내 구성주체들의 독립적인 학교운영기구가 아니라, 이사회나 총장의 보조기구로 전락되어 버릴 것이다. 작년 12월에 교육부가 제시한 대학자율화에 ‘사립대학 운영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후 행해진 교육부 정책 중의 하나가 금년 5월에 학교법인 정관준칙의 폐지로 나타났다.

정관준칙 폐지이후 사립학교법인은 주로 (사립학교법상의 대평과는 다른 별도의) 대학기구로 대학평의회의 구성과 권한을 정관에 규정했다. 변경정관들에 의하면 대학평의회의 구성은 이사회가 전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대학자치의 구성원인 교수, 직원뿐만 아니라 동문, 학부모, 지역유지, 대학유공자까지 참여범위를 무한정 확대시켜 놓았다. 또한 그 권한은 일부 학사행정사항에 대한 자문권한밖에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대학평의회는 이사회의 들러리라는 의미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이번 개정법은 개방형 이사와 감사에 대한 추천권을 대평에 귀속시켰지만 사립학교법인들의 행태를 볼 때, 대평의 구성이 시행령에서 자세히 규정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학교정관에 위임된다면, 대평의 구성을 둘러싼 제2의 분쟁이 대학별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정관변경의 권한을 쥐고 있는 현재의 이사회(아직은 개방형 이사가 없는 상황임)가 적극적으로 대평의 구성 등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가 좁아진다면 개방형 이사나 감사를 통해 대학비리를 감시하려고 했던 개정 사립학교법의 취지는 시행령에 의하여 완전히 부정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대평은 기본적으로 대학자치의 입장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의 구성원 모임인 교수회, 학생회, 직원회 등의 법제화를 시도했던 사립학교법 개정초안(복기왕 의원 대표발의)의 정신에 맞추어 대학의 구성원들이 자주적으로 참여하는 대학의 독립기구로서 대평의 기본적 사항이 사립학교법시행령에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사립학교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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