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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전체가 강의실
캠퍼스 전체가 강의실
  • 김관우 전북대
  • 승인 2005.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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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김관우(전북대·독어독문학)

수 년 전부터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내가 어김없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은 다름 아닌 우리 대학 본부 별관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학생서비스센터이다. 학내 시설들을 이용하기 위한 ‘시설사용신청서’를 접수하는 창구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매 학기 기말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의 주말에 반드시 합동강당을 빌려 써야만 하는 나는 계획했던 날짜에 사용이 어려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참으로 난감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언제나 바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학 전체에서 합동강당만이 ‘연극의 이해’라고 하는 담당교양과목의 성적평가를 위한, 실제 연극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강의 첫 시간에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처음 얼굴을 대하는 담당교수와 과목에 대한 다소간의 기대감과 궁금증 그리고 서먹함 때문인지, 몇 몇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바로 그러한 학생들에게 던지는 나의 첫 질문은 과목 이름에서처럼 “연극을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면 결국 물음에 대한 답도 내 스스로가 말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여러분 모두가 배우가 되어 무대 위에 서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장소 예약일이 공연 예정일임을 말하는 순간에 강의실은 갖가지의 표정과 반응들로 크게 술렁거린다. 대학 신입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강생 중 상당수는 아예 연극 관람조차 해 본적이 없으니 본인이 배우로서 직접 무대에 서야한다는 교수의 말에 아연실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리라.

첫 시간에 학생들이 보여주는 휘둥그레진 토끼 눈을 볼 때면 나는 생뚱맞게도 내심 반갑기 그지없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학기 초의 학생들은 미완의 대기이지만 학기가 끝나면서 하나같이 제법 그럴듯한 무대의 스타로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15명 내외로 이루어지는 한 조씩, 몇 개로 조 편성 하는 것 이외에는, 조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가며 연출자 선출부터 공연 작품 선정, 대본 읽기, 배역 정하기, 무대 위에서의 동작선 긁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극 연습 과정을 자율적으로 꾸려가도록 최소한의 지침만을 내려 줄 뿐이다. 또한 학기 중간에 학생들과 함께 대학 전문 극회에서 올리는 연극을 관람하고, 자칫 조별 연습 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할 목적으로 한번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연습했던 기량을 일부 선보이는 중간 발표회를 가지기도 한다.

다만 어려움이 있다면, 학교에서 배정한 하나의 강의실 이외에 조마다 제각기 연습을 위한  전용 강의실이 필요하다보니, 비교적 학생들이 수강을 기피함으로써 공실 확률이 높은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배정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동일한 단과대학 건물에서 연습 공간을 발견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멀리 떨어진 여타의 단과대학 강의실을 이용하는 이번 학기에는 부득이하게 넓은 캠퍼스에서 차를 타고 바삐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우리 학생들의 정성과 숨은 노력이 빚어낸 네 편의 연극이 수많은 친구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선사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12월 초 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에 열중하는 우리 학생들의 눈빛에서, 이젠 작품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서로가 세심한 부분까지 지적해주고 보완하려는 예리한 연극 전문가로 탈바꿈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여느 때처럼 이번 합동공연도 커튼콜이 끝난 후에 친구들의 꽃다발을 받아 든 채, 무대 위에서 환호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 할 것이다. 훌륭한 공연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에게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일깨워줌으로써 흔히 연극에 비유되는 힘든 인생을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고취시켜주고 싶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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