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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표적 삼아 삭제…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DNA를 표적 삼아 삭제…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 유무수
  • 승인 2022.05.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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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코드 브레이커』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696쪽

생식계열을 유전자로 편집하면 초능력 개조
유전적 격차 심화 및 도덕적·영적 문제 발생

2012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고한 제니퍼 다우드나는 공동책임연구자였던 샤르팡티에와 함께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다우드나는 학창시절을 보낼 때 “여자는 과학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와이대 교수였던 아버지는 종종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을 딸에게도 보여주었다. 6학년 때 읽은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은 과학을 통해 생물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했고, 그 책에 등장한 여성 구조생물학자인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존재는 “여자도 과학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품을 수 있게 했다.

 

‘크리스퍼’라는 이름은 프란시스코 모히카가 지었다. 크리스퍼(CRISPR)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포하는 짧은 회문 반복 서열’의 약어다. 모히카는 박사논문 주제로 고세균의 DNA 구역을 시퀀싱할 때, 반복되는 염기서열과 반복된 크리스퍼 구간 사이에 박혀있는 간격 서열에 흥미를 느꼈다. 박테리아의 간격 서열은 해당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 게놈의 일부와 일치했다. 바이러스와 동일한 염기서열이 기록된 간격 서열을 지닌 박테리아는 감염되지 않고, 해당 간격 서열이 없는 박테리아만 감염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히카의 논문 이후, 크리스퍼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박테리아의 후천성 면역 체계였다는 증거가 담긴 논문들이 쏟아졌다. 

그 이후 크리스퍼는 박테리아를 배양한 종균을 통해 제조되는 요구르트와 치즈 산업에 활용됐다. 바랑구와 오르바트는 다니스코 연구소에서 박테리아 균주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들을 식별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 중이었다. 그들은 바이러스 공격 직후 수집된 박테리아에서 해당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지닌 새로운 간격 서열을 발견했다. 이는 박테리아들의 면역성을 의미했다. 면역은 박테리아 DNA 일부가 되었고, 해당 박테리아의 이후 세대에 전달됐다. 그들은 특정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 일부를 박테리아의 크리스퍼 구역에 삽입함으로써 그 박테리아가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게 된다는 사실, 바이러스를 퇴치할 때는 크리스퍼 연관 효소인 Cas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유전자 편집기술로 에이즈에 면역성 부여

대학원생 시절 지도교수이며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잭 쇼스택으로부터 큰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라고 배운 다우드나는 남들이 무모하며 헛고생이 될 것이라는 RNA분야에서 계속 정진하고 있었다. Cas9으로 알려진 크리스퍼 연관효소가 주된 연구주제였던 샤르팡티에가 RNA분야에서 조예가 깊은 다우드나팀에 합류했다. 이 협동연구에서 crRNA, Cas9 효소, tracrRNA가 표적 DNA를 잘라내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rRNA를 조작해 원하는 타깃의 정보를 삽입하면 어떤 DNA도 표적으로 삼아 잘라낼 수 있었다. 이는 유전자 편집도구가 된다는 뜻이었다. 

 

크리스퍼(CRISPR)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어다. 크리스퍼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DNA의 특정 가닥을 절단한다. 이미지=위키백과

미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치료(초기 치료비 100만 달러)받은 최초의 환자는 겸상적혈구 빈혈증으로 고통을 겪던 빅토리아 그레이였다. 그녀의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크리스퍼-Cas9으로 편집한 다음 다시 주입했고 성공적으로 치료됐다. 최신 연구 동향은 시각장애, 암, 알츠하이머 등과 관련한 임상시험이다. 중국의 허젠쿠이는 에이즈 환자 부부의 수정란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했고 에이즈에 면역성이 있는 쌍둥이 출산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다.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은 학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크리스퍼 기술은 조만간 통제된 실험실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툴레인대 역사학과 교수인 월터 아이작슨 저자는 초능력에 가까운 유전자 향상을 허용할 때 예상되는 뜻밖의 결과는 아이들이 몇 년마다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폰처럼 될 가능성이라고 상상했다. 더 나은 기능의 유전자를 보유한 아이들이 탄생한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세대가 거듭될 수록 유전적 격차가 커질 것이고 새로운 불평등과 불행이 발생할 것이다. 기술이 정의롭고 공정하게만 사용되지 않을 것이기에 “심각한 도덕적·영적 문제들과 씨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우려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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