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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최승우
  • 승인 2022.05.03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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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192쪽

저자 심혜경 씨는 27년 동안 정독도서관, 남산도서관 등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현재 예순네 살. 은퇴가 다가오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8년 동안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영어영문학·중어중문학·프랑스언어문화학·일본학 학사를 땄다. 15권 넘는 책을 옮기며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공부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식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어 공부는 문법만 배우다 멈춘 상태, 태극권 수업은 중도하차. 수채화는 맘에 드는 그림 한 장을 건지자마자 그만 두었다. 이 책은 그런 배움의 과정과 거기에서 얻은 통찰을 기록한 것이다. “중도하차하는 순간에도 내가 그려낸 결과물들을 보면 후회가 들지 않았다. ‘그림 하나 건진 게 어디야’라며 오히려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공부에 비결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즐겁게 부담 없이 공부하고, 하기 싫으면 그냥 하지 않기.”

왜 하필 외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들인 걸까? “외국어 공부는 다른 공부를 하면서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춰 충분히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공부다. 무엇보다 누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인생 중후반기에 들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그 나이에 그런 걸 배워서 뭐해?’라는 말을 듣기 일쑤인데,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계획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감정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공부 성공기(成功記)가 아니며 공부법 실용서도 아니다. 노년기 저자의 책이라고 해서 꼭 노년을 위한 책인 것도 아니다. 공부를 취미로 삼고 싶은 사람, 새로운 할 일을 찾는 사람,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는 책이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이라는 부제목은 그래서 적절하다. 저자가 말한다.

“뭔가를 시작했다 금세 그만둬도 괜찮다. 그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꾸준히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는 말 것.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친다.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도 내 경우엔 부질없는 일이다.”

최승우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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