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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 빗나가기만 하는 ‘황우석 논쟁’
동향 : 빗나가기만 하는 ‘황우석 논쟁’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12.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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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본질 아니다

황우석 사태가 ‘PD수첩’ 사태로 뒤바뀌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방송국이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PD수첩’의 취재행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세가지 층위가 뒤섞인 채 이뤄지고 있다. 먼저 난자채취 및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PD수첩’이 잘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 다음은 논문진위 문제제기의 층위다. 여기에 대해선 두가지 입장이 팽팽한데, 언론이 주체가 되어 과학논문을 검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측과 제보가 들어오니 파헤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다. 마지막 층위는 ‘PD수첩’의 취재윤리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강렬한 비판이 이뤄졌으며 ‘PD수첩’의 폐지결정이 그 결과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PD수첩’ 취재윤리 논쟁은 이른바 곁가지라는 사실이다. 핵심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제기된 의혹을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황 교수가 ‘PD수첩’의 문제제기에 따른 의혹을 해명하면 되지만 그는 “후속 논문에 의해 의혹을 씻겠다”며 문제의 논문에 대한 해명을 회피했다. 최근 ‘네이처’는 황 교수에 대해 “진위 논란을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 독립적인 검증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네이처’는 문제의 본질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PD수첩’을 응징하고, 황 교수의 입원사진을 탑뉴스로 뽑아 논란을 정리하려는 국내 분위기는 본질과 거리가 멀다.

‘PD수첩’ 논란이 잦아들자, 국내에서 논문 진위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8일자 ‘프레시안’은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인터넷 게시판과 ‘사이엔지’ 등에서 젊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황 교수 논문에 제시된 배아줄기세포의 DNA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환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는 ‘피크’의 위치뿐만 아니라 높이, 모양, 노이즈까지 놀랄 만큼 흡사해 ‘조작’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 프레시안은 “DNA 지문분석 결과는 황우석 교수가 추출한 줄기세포가 진짜 환자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 이 때문에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서도 11명 환자의 체세포와 그들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를 부속서에 증빙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라며 짙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태가 계속 확산되자 서울대는 지난 8일 정운찬 총장 주재로 학장회의를 열고 논문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는 그 전날 열린 대학본부 생명윤리심의위원회 간담회에서 “서울대에 학술 논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기구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에 이어진 조치로 보인다. 정 총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의혹과 관련해 가만히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행동에 나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논의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의혹이 제기된 과학연구에 대해 검증기구를 도입하는 것은 해당 학자가 속한 대학으로서 바람직한 조치이지만, 그것을 ‘국익’과 연결시키는 것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국익과 과학연구를 자꾸 연결시키는 현재의 논의구도는 과학적 연구와 사회적 활용을 구분 못하는 과학에 대한 인식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과학연구는 학문연구이기 때문에 학문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에 대한 평가도 학문에 합당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의 사회적 활용이 높다고 그 안에 내재된 문제점들을 합리화하는 방식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과학적 연구성과를 민족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도 이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황우석 사태는, 앞으로 과학 연구가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진행되어야 하고, 그러한 연구결과를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더욱 엄정한 기준과 절차를 거칠뿐 아니라, 그에 대한 넓은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서는 국가적 이익을 핑계로 과학연구를 상업화하려는 사고가 퍼져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히려 황우석 사태는 “생명공학의 탈산업화, 탈자본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한국 지식사회가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난자 브로커라는 단어가 을씨년스럽게 출몰하는 요즘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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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2005-12-12 16:33:52
모든 의혹에 대해 다 해명하기는 힘들겠지만,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익을 위해서 진실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혹시라도 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일 것이다.
오로지 진실만이 국익이 될 것이다. 설령 진실이
황우석 교수의 업적을 당장 무너뜨릴지 몰라도
긴 안목에서 본다면, 검증은 제대로 진행해 나가고
국익의 논리에 진실이 왜곡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국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