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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긴 숨결
나무의 긴 숨결
  • 최승우
  • 승인 2022.04.2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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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볼레벤 지음 |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308쪽

기후 변화에 직면한 나무와 숲의 위기

나무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숲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무와 인류의 이러한 관계는 기후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직면한 나무의 행동과 역할을 파헤치고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온실가스를 대기권에서 몰아내는 데 인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수 있고, 그 어떤 기술보다 훌륭하다. 그런데 나무는 이와 같은 일을 인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행동한다. 나무는 지나치게 건조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기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역할은 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다. 다시 말해 나무 종류에 따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양상이 다르고, 같은 종류라도 나무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다만 모든 나무가 기후 위기에 잘 대처할 수는 없으며,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도 인간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책은 이러한 나무의 속성을 독자들이 숲을 거닐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나무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어떻게 학습하고, 우리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수없이 언급하는 너도밤나무나 가문비나무 등의 여름철 낙엽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이유를 알려주고, 우리가 전략을 잘못 짠 나무들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나무의 비밀스런 삶의 암호를 해독하는 연구는 현재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통찰의 길을 가는 와중에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문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환상적인 연구는 새로운 발견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사실은 모든 나무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생태계라는 것과 함께, 모든 나무는 셀 수 없이 많은 놀라운 생명체가 살고 있는 하나의 행성과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숲은 공기의 흐름을 적절하게 만들어내고, 이 공기의 흐름은 구름에 포함되어 있는 물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비를 내리게 하여 그곳이 사막화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무는 인간이 저지른 기후 위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며, 통제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나무가 이와 같은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간과 휴식이다. 숲에 개입하는 인간의 그 어떤 행동도 나무의 생태계를 교란해 퇴보시키고, 숲의 균형을 깨뜨린다. 그래서 이 책에서 임업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즉 인간의 개입이 얼마나 숲에 해악을 끼치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자생력을 믿고 가능한 한 비켜 있을 것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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