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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은 장미들
악착같은 장미들
  • 최승우
  • 승인 2022.04.14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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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지음 | 아르테(arte) | 528쪽

사유가 만들어낸 의미의 집적,
주체하기 어려운 격정

그 위에 그려진
묵직하고 충격적인 세계

새로운 소설의 등장!
작가는 광인이거나 천재이거나

한국문학에 새로운 유형의 소설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개성의 소설가가 등장했다. 말 그대로 ‘약관’의 나이에 이토록 독특하고 담대한 소설을 상재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한 힌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악하는 히스테리 짐승들의, 즉흥적인, 음탕한, 불결한 소음들의 장소다. 동물들의, 동물일 수 없는 여자들의, 너무 느끼는 자들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자들의, 내가 발견한 실종자들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안내에 따라 소설의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밀림처럼 빽빽한 언어의 가시덤불 속에서 옴짝달싹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돌아서지도 못한다. 작가가 쌓은 단어들에 의해 만들어진 문장은 수많은 의미를 집적한 채 독자들의 움직임을 옭아매고 있다.

어찌 보면 1930년대 이상의 모더니즘 작품 구성 같기도 하고, 니체가 구사한 단절과 연계의 의미망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힘겹게 한 발짝씩 내딛다 보면 방향은 모르지만 점점 더 깊은 사유의 숲으로 빠져드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평론가 김종회는 이렇게 안내한다. “의식의 정제된 절차를 따라 선형적으로 읽기를 포기하고 비선형성의 방식을 따라가면, 곧 의미의 외형적 정렬을 놓아 버리면 이 작가의 글은 한결 쉽고 재미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은 독자가 그러한 독서 패턴으로 따라와 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 소설, 장편소설로 명명된 이 작품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은 일반적인 장편소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전개의 순차적인 항목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러하자면 중심 인물과 그와 연관된 인물의 구성 그리고 그들이 엮어나가는 사건 구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우연은 당초부터 그렇게 소설을 쓸 의향이 없었다. 만약에 억지로라도 하나의 연속성을 포착하자면, 여러 항목 가운데서 단절 없이 사유하고 발화하는 존재 자아의 지위를 지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소설만큼이나 이 글을 안내하는 평론가의 권유 또한 복잡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껏 우리 문단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유형의 작가와 작품이 등장했다는 것이고 이 책은 문학의 정의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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