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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리학의 논리
현대 물리학의 논리
  • 최승우
  • 승인 2022.04.13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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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 윌리엄스 브리지먼 지음 | 정병훈 옮김 | 아카넷 | 568쪽

개념의 명확함과 정교화를 위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브리지먼의 ‘조작 분석’
물리 개념의 본질에 대한 그의 과학 사상을 돌아보다

브리지먼은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초고압 기법과 고온고압에서 물성 연구에 관한 개척자적 업적으로 194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실험물리학, 특히 고온, 고압에서의 물성 연구에 관해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오늘날 반도체 결정성장에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였다.

브리지먼은 1920년대 급격히 정상과학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물리학의 이론적 구조에 관심을 가졌을 뿐 아니라, 실험물리학자로서 이론적 진술과 실험적 사실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관심을 보였다. 여기서 그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새로운 물리 개념들을 전통적 관념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자신의 실험실 경험 속에서 통찰하면서 개념과 경험 사이의 관계를 깊이 분석했다.

이 책은 이에 관한 브리지먼의 관점을 핵심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 관점을 ‘조작주의(operationalism)’라고 불렀고, 조작주의에 대해 가장 체계적이고도 본격적인 저술로서, 브리지먼은 조작주의를 체계화한 첫 번째 인물이다. 즉 과학철학자들에게 조작주의는 극단적 실재론 내지 경험주의의 한 분파 정도로 인식되어 있지만, 실제 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 특히 대부분의 실험물리학자들에게는 측정 대상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조작적 관점에서 볼 때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개념의 구성과 조작 사이의 관계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 주는 사례로서 브리지먼은 이를 개념의 조작적 분석의 모범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실험에 대한 논의는 브리지먼의 조작주의에 상당히 가깝게 접근해 있다. 하지만 브리지먼은 조작적 방법은 철학이나 어떤 주의가 아니라 개념의 명료함과 정교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용어를 평생 거부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개념의 조작적 특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길이’라는 물리적 개념을 사례로 한 개념은 조작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 개념의 의미를 조작적으로 분석할 때, 개념들이 절대적 의미를 지니지 않고 상대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논의했다.

이 내용은 출판 이후 여러 학문 분야, 특히 개념의 주관적 속성을 탈피해 객관적이고도 측정 가능한 형태로 구성하려는 열망을 가진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2장에서는 과학 지식이 지닌 특성을 다루었다. 여기서 브리지먼은 경험의 근사적 특성 때문에 과학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근사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를 개념의 ‘반(半)그림자(penumbra)’라고 불렀다.

그리고 설명의 과정을 논의하면서 많은 과학적 설명이 원자적 기계론으로 환원되는 이유를 검토했다. 이어 원자와 장(場) 개념을 사례로 모형, 구성물, 실재를 논의했다. 제3장은 조작적 관점에서의 주요 물리 개념들을 다루고 있으며, 제4장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몇 가지 믿음, 즉 형이상학적 관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브리지먼의 조작적 방법은 물리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의 연구 방법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사회과학, 특히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는 집단이나 개인의 어떤 상태를 측정할 때 조작적 정의에 의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 책은 물리 개념의 본질뿐만 아니라 개념이 실재와 어떻게 연관되는가에 대한 과학철학적 이해를 제공하고, 다른 학문 분야에서의 측정 가능한 개념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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