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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이혼
  • 최승우
  • 승인 2022.04.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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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서 지음 | 김의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397쪽

라오서 『이혼』, 샤오훙 『가족이 아닌 사람』
세상을 보는 창, 문학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압축 근대를 살아간 20세기 중국
다른 성性, 다른 위치에 선 두 작가의 같고도 다른 시선

루쉰(魯迅, 1881~1936), 바진(巴金, 1904~2005)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불리는 라오서(老舍, 1899~1966)와 루쉰이 인정한 천재 작가 샤오훙(蕭紅, 1911~1942)의 작품이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나란히 출간되었다.
두 작가는 유사한 시기에 각각 다른 입장에서 서민들의 삶을 담아냈다. 『이혼』은 1933년 발표한 라오서의 장편소설이고. 『가족이 아닌 사람』은 1933년에서 1940년 사이 샤오훙이 발표한 단편 19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두 작가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문학으로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드러냈다.

라오서는 청말에 몰락한 만주족 집안에서 태어나 의화단 운동 때 황궁 수비병이던 아버지를 여의고 궁핍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우연히 영국 체류의 기회를 얻고, 영국에서 체험한 근대 문화와 문학세계는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끈다. 샤오훙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딸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고 결혼을 강요받다가 가부장적인 억압이 심한 집을 뛰쳐나와 작가가 되었다.
라오서는 뒤늦게 문학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나, 격동의 중국 근대사의 비극인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에게 모진 모욕과 구타를 당한 뒤 세상을 떴으며, 샤오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전쟁 중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힘들게 작가 생활을 이어가다 서른한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비참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 스러져간 두 작가는 행보가 다르기에 다른 시각으로 다른 방식으로, 누구는 유머러스하게 누구는 처절하게 세상을 담았으나, 그 둘 모두 당시 상황을 뛰어나게 담아냈다. 우연히 한 시대를 살아간 다른 시선을 비교해서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20세기 전반 중국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무엇보다 두 작가의 뛰어난 문재(文才)로 문학 본연의 즐거움을 주는 모처럼 반가운 중국 현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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