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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
  • 최승우
  • 승인 2022.04.1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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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시 지음 | 이병호,김은진 옮김 | 삼인 | 528쪽

역동적인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재탄생한 고대의 민족과 국가

한국과 일본학계를 넘나들며 고대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온 이성시 교수의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가 출간되었다. 이성시 교수는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 고대사 연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도해온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정밀한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고대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체하며 국가 단위의 민족사를 넘어 역사학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성시 교수는, 역사가 과거의 객관적 재현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비판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민족과 국가, 동아시아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이성시 교수는 전작인 『만들어진 고대』(2001)와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2019)를 통해 한·중·일 각국의 고대사가 현대의 관점, 민족과 국가의 관점에 맞춰서 ‘만들어진’ 역사라고 설파해 한국 학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민족사는 100년 남짓한 시기 동안 만들어졌으며, 고대사는 “언제나 새로운 사상과 낡은 사상이 투쟁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는 저자가 고구려, 신라, 발해의 국가 형성과 고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해 발표한 논문들을 3부 14장으로 구성한 책이다. 이 연구 성과들은 이후 저자가 수행해온 연구 활동의 출발점이자 고대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 동아시아 각 민족의 역동적인 모습과 국제관계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 형성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동아시아 지역의 각 세력권은 고립된 영토에서의 변화와 갈등뿐 아니라, 국제적인 상호 관계 속에서 이동하고 결합하며 발전을 거듭해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가 천년에 걸쳐 어떻게 형성되어갔는지 비로소 전체적인 상을 그려볼 수 있으며, 동아시아라는 지역적인 관계 속에서 각 지역을 새롭게 재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그려내는 ‘동아시아 문화권’은 민족이나 왕조 간의 관계나 비교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 집단’을 교차시키며,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를 주역으로 한 역동적 행위들로 재구성되는 공간이다. 단일 영토 국가라는 근대적 관점이 아닌, 지역 권력의 상호 관계를 통해 동아시아 공간에서 민족과 국가의 형성을 논했다는 점은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시도와 전망을 제시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또한 내적인 요인뿐 아니라, 외적인 교류와 자극을 발전의 주요한 동력으로 파악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민족과 국가 단위의 역사 개념을 근본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있으며, 근대 국민국가의 관점에서 형성된 기존의 고대사 패러다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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