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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오디세이
건축 오디세이
  • 최승우
  • 승인 2022.04.1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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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 지음 | 사람의무늬 | 280쪽

건축으로 바라본 세상,
건축을 보다 재밌고 쉽게 보는 방법

그동안 건축가의 시선으로 세계적인 건축 도시 보스턴,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여행하고, 또 머무르며 그 도시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냈던 저자 이중원 교수가 이번에는 〈동아일보〉에 연재한 도시&건축 칼럼을 모아 책을 펴냈다.
건축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혁신, 전통, 수변, 높이, 흐름, 공공, 기념)로 정리해서 재구성했으며, 건축을 보는 눈과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건축물을 소개하면서 친근한 설명과 개성 가득한 스케치를 덧붙여 읽는 재미는 물론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지금껏 보스턴, 뉴욕, 시카고 등 주요 건축 도시의 주요 특징과 건축적 매력을 정리한 저자의 건축 철학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건축을 향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 책은 건축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대중 건축 교양서다. 건축을 전공하거나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건축과 도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기획되었다. 우리는 건축을 향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또 건축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과거와 미래는 어떻게 빚어야 할까?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칼럼을 묶었다.

흔히 우리는 도시와 건물을 ‘나’와만 연관 지어 생각한다. 대개 집, 학교, 상가 등에 관한 문제로 여기기 쉽다. ‘내’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좋겠고, ‘내’ 회사 근처에는 맛있는 식당들이 많은 거리가 있으면 좋겠고,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유명한 학원가와 인접하길 원한다. 이렇게 ‘내’ 부동산, ‘내’ 맛집, ‘내’ 자식 교육을 위해서만 건물이 들어서고 동네가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공공(公共)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과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 대립하는 이유이다. 이제 우리는 개인과 공공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를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비록 그런 곳은 유토피아처럼 절대 존재하지 않기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경지일지라도 이야기를 계속 해야만 한다.

: 우리는 건축을 향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건축은 지나간 과거를 정리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 이에 질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답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 역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물론 우리 도시에 대한 대답은 우리 스스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를 우리 공동체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고, 보다 훌륭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국가들의 기준과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과의 비교를 통해 지금 우리의 잣대를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선진국의 사례만 쳐다볼 거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 밖 공동체가 걸어간 과정과 결과를 곁눈질하며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버릴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곁눈질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바라보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우리 안에서 훌륭한 것들을 돋보기로 확대해 보려는 시도이다.

우리 공동체가 생각해야 하는 건축적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이 책은 “혁신, 전통, 수변, 높이, 흐름, 공공, 기념”의 키워드를 뽑아 정리했다. 이 책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한정된 재원 속에서 더 나은 환경이 되기 위해서 우리 공동체가 생각해야 하는 건축적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무엇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우선순위를 알려주려는 시도이다. 앞서 제시한 7개의 키워드 중에서도, 저자는 우리 도시에 더 중요한 것은 특히 ‘혁신’과 ‘수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의 방점은 과거나 현재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혁신은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가? 도시 경제의 번영을 보장하는가? 가까운 미래에 도달이 가능한가? 같은 질문에 답이 되어야 한다. 이노베이션 허브를 자처해온 스탠퍼드 대학 실리콘 밸리와 MIT 켄들스퀘어는 우리가 지금까지 혁신 클러스터에서 놓친 것과 앞으로 우리가 챙겨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시애틀의 아마존 캠퍼스와 판교 테크노밸리는 최근 부상한 곳으로, 전자상거래 기업 혹은 다수의 첨단 기업군이 새로운 도시를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보행 중심의 수변 공원이다. 국토 80%가 산인 우리나라는 산악국가로 하천이 많다. 우리는 물(水)을 함께(同) 나누는 동네(洞)를 만들었다. 하천은 우리 주거양식의 기반이자 근간이다. 따라서 수변도시는 우리 도시가 나아갈 방향이다.

애석하게도 20세기 중반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보행보다 주행을 앞세웠다. 그 결과, 우리 도시는 수변에 공원이 아니라, 도로를 만들었다. 당장 수도권만 해도 한강, 탄천, 중랑천, 안양천, 영종도 해변 등의 수변이 모두 고속도로다. 세계적인 하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시와 하천 사이에 고속도로라는 담장을 세웠다. 물가는 대표적인 공공재로,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도시에서 대표적인 흐름은 세 갈래다. 도시의 활력이자 도시의 존재 이유인 흐름은 바로 교통, 돈(시장), 정보(뉴스)라고 할 수 있다. 수로 무역 시절에는 페리 터미널이, 철로 무역 시절에는 기차역이, 항로 무역 시절에는 공항이 교통 허브다. 교통 허브에는 시장이 서고, 돈이 돌고, 자연히 사람이 모인다. 역세권과 시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정보다. 각 도시들에는 기차역만큼 신문사들이 들어섰다. 세계의 돈 흐름은 바그다드에서 스페인으로, 다시 암스테르담에서 런던으로 흘러 오늘날에는 뉴욕에 왔다. 여기에 소개하고 있는 건축 꼭지들은 도시 경제를 견인하는 교통, 돈, 뉴스에 대한 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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