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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세계
우연이 만든 세계
  • 최승우
  • 승인 2022.04.1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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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B. 캐럴 지음 | 장호연 옮김 | 코쿤북스 | 272쪽

『이보디보』, 『세렝게티 법칙』, 『진화론 산책』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탁월한 이야기꾼이면서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션 B. 캐럴 위스콘신 대학 교수가 흥미로운 새책으로 돌아왔다. 캐럴은 신간 『우연이 만든 세계』에서 지질학, 생물학 등의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서 우리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 ‘우연’에 대해 놀랍고도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는 우연이, 확률이, 운 따위가 우리 삶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엄밀한 과학을 바탕으로, 그는 우연이 우리의 세계를 지배하는 사실상 ‘유일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캐럴은 최신의 과학이 밝혀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행성 수준에서 분자 수준에 이르는 놀라운 발견들을 소개하고, 전 지구적 대격변의 이야기,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의 모든 세포 내에서 작동하는 우연의 기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연에서 비롯한 ‘실수’들이 어떻게 전염병과 가뭄, 기타 문명을 뒤바꾼 격변들을 초래하고, 우리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든 생명체들의 바탕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발견들은 안락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몰아내고, 세계와 우리 주변의 생명를 경외감을 갖고 다시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우연적 사건들로 인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우연에 휘둘리는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가능한 모든 세계들 가운데 최고의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소설가 크리스티안 융게르센이 말한 것처럼 “무자비한 무작위성, 극도의 혼란, 계속적인 취약성”의 세계에 산다는 불편한 곤경을 들추어낸다. 이 예측할 수 없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은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진지하고도 유쾌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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