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8:55 (토)
현상학 입문
현상학 입문
  • 최승우
  • 승인 2022.04.11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 자하비 지음 | 김동규 옮김 | 길 | 240쪽

우리 시대의 탁월한 현상학자 단 자하비의 「현상학 입문」은 본래 2018년에 루틀리지 출판사에서 Phenomenology: The Basic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에 주목할 수 있는데, 우선 우리말로는 ‘입문’이라는 제목, 원서의 ‘The Basics’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이 책이 현상학을 처음 공부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현상학의 엄밀한 개념과 사유의 방향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과 독특성은 현상학의 주요 주제들 및 개념들을 주로 해명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권의 훌륭한 현상학 입문서가 나와 있고 많은 독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대부분이 현상학을 역사적으로 또는 인물 중심으로 접근한다. 이는 분명 중요한 접근 방식이지만, 현상학이 무엇을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려는 학문인지에 대한 초점을 알려면 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에 이 책은 현상, 지향성, 세계, 상호주관성, 신체성 등 현상학의 주요 개념들을 하나하나 해명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현상학의 초심자들이 현상학 자체의 주요한 사유와 개념을 익혀나갈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장(章)이 끝날 때마다 더 읽어야 할 책과 논문을 추천하고 있으며, 책의 끝에 가서 현상학의 주요 개념에 대한 짤막한 용어 설명도 제공한다. 독자들은 본문을 읽다가 가로막히는 개념을 만나게 되면, 이 용어집을 참조하면서 현상학의 실마리를 더 친절하게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은 현상학적 심리학, 현상학적 사회학과 현상학적 정신의학, 그리고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역사와 현황, 그 작업 방식에 관한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동안 심리학과 사회학 등 철학 이외의 다른 분과 학문에서도 현상학적 방법을 활용해 사회적, 심리적 현상을 탐구하는 노력이 있었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명확하게 요약하고 정리하는 가운데, 응용 현상학의 미래를 진단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실천의 영역, 또는 본인의 관심 영역에서 현상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