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올 가을 북하우스에서 나온『교양의 즐거움』은 한권의 책으로 교양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은『교양이 경쟁력이다』라는 제목으로 신동아 2003년 신년호 특별부록으로 나온 것을 새로 교정하고 제목을 바꾸어 간행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문학, 철학, 미술, 음악, 만화, 사진, 영화, 뮤지컬, 재즈, 그리고 공연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있다. 문화적 교양인이 되기 위한 20가지 키워드에 대해 관련 전문가 20여명이 ‘아카데믹’과 ‘저널리스틱’의 중간쯤에서 쓴 책이다.
나는 2003년도에 부록으로 나온 책을 이미 읽어보긴 했지만, 그때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자극이 좀 적었다. 하지만, 이제 겉모습을 바꾼 그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간 철학에만 매몰되어 온 ‘좁은’ 나 자신이 보이며 적지 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전문, 전공을 빠른 시간 내에 숙련시키는 데에 폭넓은 지식습득, 지성 함양은 오히려 방해만 되는 요소일 것이다. 우리 전통 속에서는 교양인은 다양한 장르에서 ‘노니는 것=섭렵함’이다(遊於藝). 다양한 장르들이 상호 소통하는 그 ‘사이’(間/際)에서 사람임-사람다움-사람됨의 안목을 넓혀가며 지식과 지성의 기반을 다지는 사람이다. 전통적 의미의 지성인, 교양인은 요즈음 말 하는 전문가와 대립할 수 있다. 아니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에서는 흔히 교양을 모든 전공의 기본 이수 과목이거나 특정 전공 이수의 기초과목으로서 이해한다. 전자는 전 대학 필수거나 계열 필수로서 영어, 국어 등의 실용 과목이 많고, 후자는 전공과 매우 선을 긋기가 힘들 정도이거나 전공의 범주에 속해 있기도 하다. 이처럼 대학에서 보여주는 교양의 정의에 대한 ‘헷갈림’은 그대로 우리 지식인들이 교양 개념 혼란과 관련돼 있다.
『교양의 즐거움』은 다양한 장르의 섭렵이 갖는 즐거움이 바로 우리 교양이 가야할 방향임을 잘 암시한다. 아울러 우리 지식인들이, 앞뒤가 꽉 막힌, 다른 것들과는 담 쌓은 ‘전문가 깡패 혹은 무식자’라는 말을 듣지 않을 방법도 그 속에 있음을 알려준다.
최재목/영남대·동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