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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사물의 분류』(제프리 보커 외 지음, 주은우 옮김, 현실문화연구 刊, 2005, 576쪽)
화제의 책 : 『사물의 분류』(제프리 보커 외 지음, 주은우 옮김, 현실문화연구 刊, 2005, 576쪽)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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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하부구조를 이해하는 방법

저자들은 분류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질서 지우는 과정에서 ‘비가시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어떻게 범주들이 만들어지고 보이지 않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할 때 어떻게 이 비가시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검토한다.


또 분류의 체계들을 건조된 정보환경의 일부로서 검토한다. 도시 역사가가 한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증과 상업지구, 주택지구 등의 결정에 대해 개관할 것과 크게 비슷한 방식으로, 저자들은 어떻게 결정들이 이루어져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분류 설계의 문서고들을 재검토한다.


각각의 표준과 범주는 특정 관점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것들을 침묵시키기 때문에, 이 책은 도덕적 의제를 갖는다. 표준들과 분류들은 이득을 생산하기도 하고, 고통을 생산하기도 한다. 직업들이 창출되고 상실된다. 어떤 지역들은 다른 지역들의 희생을 대가로 혜택을 누린다. 어떻게 이런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그 과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이 책의 도덕적, 정치적 핵심에 자리한 문제들이다. 이 책은 정보 하부구조들의 건립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적 출전이라 할 수 있다.


분류의 문제는 예전에 에밀 뒤르켐이 ‘종교생활의 기본형태’에서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구분에서 출발해 다룬 적이 있다. 또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가장 기본적 분류 범주의 체계로서 ‘날것과 익힌 것’을 제시했다. 푸코의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도 유명하다. 즉, 분류에 대한 사색은 지성사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책은 이런 지적 유산을 물려받는다.


저자들은 ‘분류의 사회학’이 포괄할 수 있는 쟁점들을 대체로 망라해 보여준다. 그 방법 또한 매우 개성적인데 ‘국제질병분류’와 ‘간호중재분류’라는 의료분야의 분류체계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분류의 사회학적 쟁점들을 제시하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자연과학적 객관성과 중립성의 신화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과 의학의 분류체계 역시 사회적·역사적·정치적 과정과 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사회의 다양한 수준에서 여러 결과들을 낳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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