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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렬 평전(민족의 양심과 정의의 법으로 한평생)
권승렬 평전(민족의 양심과 정의의 법으로 한평생)
  • 최승우
  • 승인 2022.03.2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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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지음|역사공간|400쪽

항일변호사부터 대한민국 초대 검찰총장까지
법과 정의로 역사를 살았던 권승렬의 발자취

근암 권승렬은 법조인으로서 한국 법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지만, 항일변호사로 독립운동사에 있어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는 해방 이후에 김병로 등 우파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한국민주당에 참여하였고, 미군정에서는 법제차장으로 활동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는 초대 검찰총장과 제2대 법무부장관으로 이승만 정권에 참여하였다. 4·19의거 직후 다시 제10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어 과도정부의 3·15부정선거 관련자, 부정축재자, 4·19발포자를 색출하는 일을 맡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물려주는 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처럼 권승렬은 분명히 우리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주요한 위치에 있었지만 그동안 일반에 역사적 인물로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보다는 시대의 부름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으로 본다. 

일제하의 암울한 시기에 자신이 가진 법률 지식으로 탄압받고 고난을 당하는 사람들을 도우려 하였고,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일제에 검거된 독립운동가들을 민족적 양심에 따라 법정에서 변론하였다. 해방 이후 혼란한 시대에는 법률가로서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국가를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위치의 역할과 임무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였던 인물이었다. 주도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현실을 직시하며 법의 냉정함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관리는 물에 빠지면 주머니만 떠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청렴한 공직자의 삶을 살다간 근암 권승렬. 이 책은 그의 젊은 시절 항일변호사로서의 행적을 되짚어 보며, 법조인으로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서 재평가하고 있다. 법조인으로서의 올바른 태도와 스스로의 삶을 일치시킨 그의 일생을 통해 치열했던 독립운동사의 수면 아래 이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음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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