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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진
인간과 사진
  • 최승우
  • 승인 2022.03.15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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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어 지음 |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456쪽

예술에 관한 깊은 사유를 멋진 문장 속에 담는 일은 무척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진 비평으로 분야를 한정한다면, 이런 작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제프 다이어일 것이다. 존 버거의 심정적 후계자로 꼽히는 제프 다이어는 현대 사진 비평계에서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닌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비평을 책으로 만나기는 힘들었다. 『지속의 순간들』 이후로 그의 작업은 칼럼이나 서문 등 특정 지면을 위해 작성된 글로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글들을 한데 모은 『인간과 사진』은 다이어의 새로운 비평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책이다.

여기서 제프 다이어의 비평은 짧은 길이로 압축되면서 더욱 깊은 통찰력을 선보인다. 특히 각 사진가를 열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소개하는 1부에서는 해당 사진가의 정수를 파악하고 그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솜씨를 보여 준다. 다이어는 이 과정에서 예술과 사회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쳐 놓지만, 동시에 유머를 선보일 기회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처럼 비평가의 지성과 에세이스트의 여유가 공존하는 그의 비평은 좀처럼 보기 드문 개성을 갖추고 있다.

어떤 예술 작품과 예술가로부터 무엇을 얻어 낼 수 있는지,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엇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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