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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역사
국경의 역사
  • 최승우
  • 승인 2022.03.15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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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구 지음 | 소명출판 | 253쪽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와 보호주의가 화두인 요즈음 국가간의 연대와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는 자기가 판 함정에 자신이 빠지는 것처럼 스스로를 옥죄어왔다. 역사를 보면 국경은 중앙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무관하게 자연히 생겨나는 초국경적 협력과 통합의 과정이 진행된 접경공간(Contact Zone)으로서 상호의존과 관용, 새로운 국가와 문명의 탄생 등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장소에 가까웠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는 우리에게 국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경은 전통적으로 보호·단절·통제·차단 기능을 하는 배타적 선이자 주권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이해되면서,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신성한 경계선이요, 불통의 장벽으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역사에서 국경을 성공적으로 봉쇄한 경우는 드물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14세기 중반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휩쓸 때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선원들을 40일 격리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강제격리 조처에도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 정도는 흑사병에 희생됐다. 어떤 조처를 하든 국경 봉쇄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봉쇄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경 협력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국경 봉쇄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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