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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
  • 최승우
  • 승인 2022.03.1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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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외 3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72쪽

‘나는 우울할 때 이 영상을 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ㅋㅋ 꿀잼’
‘누가 뉴스 편집을 이렇게 기똥차게 재밌게 하나’

뉴스가 이렇게 재밌어도 될까?
넵, 신뢰할 수 있는 재미!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크랩, 일사에프, 헤이뉴스, 듣똑라, 씨브라더, 씨리얼……. 이 해괴한 이름들은 모두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부캐 채널’들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뉴스에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며, 뉴스가 재미있고 친밀하다고 느끼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각 언론사마다 앞다퉈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다. 언론사 나름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용자들에게 ‘구독, 댓글, 좋아요’처럼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유튜브 뉴스 콘텐츠는 디지털 세상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신뢰할 수 있는 재미, 통한다는 짜릿함을 선사하는 콘텐츠, 디테일에 살아 있는 감동 뉴스 등 뉴스에도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다.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는 SBS 방송 기자 4명이 지난 3년 동안 뉴미디어에 진출해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유튜브 세상에 뛰어들어 엎어지고 깨지고 일어서며,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 어떤 기자들보다 ‘디지털 퍼스트’를 실천하는 기자가 되었다. 이들은 방송 뉴스 대신 디지털 뉴스를 제작하며 조회수라는 실시간 성적표를 받아들고, 댓글로 날것의 평가를 들으며, 개인기로 무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과 경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사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생생하면서도 치열한 생존기와 분투기를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뉴스는 신뢰와 진실이라는 무거운 대원칙과 세상의 빠른 변화에 발맞춘 전달 방식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 낯선 디지털 영역에서는 덮어놓고 따라 할 정답도 없다. 신문이나 방송 기사를 쓰고 취재할 때는 오랫동안 많은 기자의 경험과 검증을 거쳐 확립된 원칙이 있지만, 이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는 그런 것마저 없었다. 규칙도 정답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확실히 언론도 유튜브로 대표되는 플랫폼 세상에서 조회수를 바라는 하나의 채널이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은 “오늘날 우리가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뉴스가 독자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공급자인 언론사가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디어 시장은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은 특정 플랫폼과 콘텐츠를 향해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돌연 식어버리기도 하고, 좀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언론도 이런 시장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국내 주요 언론사의 ‘부캐’인 유튜브 채널은 이런 위기의식이 낳은 산물이다. 이제 언론은 급격히 달라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통한다는 짜릿함을 선사하라

독자들은 뉴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대신 수많은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물리치고 나를 찾아올 ‘그 뉴스’를 기다린다. 독자들은 ‘그 뉴스가 중요하다면 알아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가혹하게도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지, 무엇이 독자를 감동시킬 뉴스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들은 나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고 믿을 만한 정보와 재미를 주는 곳이라면 그곳의 규모가 크든 작든, 유명한 곳이든 아니든 그곳을 내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여긴다. 그래서 기자가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전략을 꼼꼼히 수립하는 게 우선이다. 뉴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취재한 기사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을 때 가장 효과적일지 전략을 세운다. 뉴미디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 답이 있다’는 명제다.
독자들은 뉴스가 전하는 정보와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채널에 대한 충성도를 보인다. 다시 말해 살아남는 콘텐츠는 단순히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아니라, 댓글·공유·좋아요 등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콘텐츠다. 조회수는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숫자다. 독자들은 콘텐츠에 공감할 때 더 오래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하기도 한다. 비디오머그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영상은 ‘불난 집 앞 불법 주차 차량 ☞ 이제는 그냥 밀어버립니다^^’(조회수 1,564만 회)였다. 독자들은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폐차보다 중요한 게 생명이다”, “너무 통쾌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비디오머그 팀은 현장에서 보내오는 영상 중 인상적인 장면들을 재구성해 2분 남짓한 짧은 클립으로 기민하게 제작해 업로드했다. 한 독자가 “무슨 영상이 20분마다 올라와요 ㄷㄷ 지금 감금당해서 영상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면 다음 영상 1:21(1분 21초) 오른쪽 상단에 별을 0.3초 동안 띄우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다음 영상의 1분 21초에 0.3초간 별 그림 3개를 넣어서 업로드했다. 그러자 “헐, 대박. 기자가 국민 소리 엄청 잘 들어”, “진짜 띄웠어 ㅋㅋㅋ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소통의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목적은 같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당신도 이 채널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재미

『로이터』는 “전통적인 뉴스 브랜드는 뉴스를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반면 젊은 시청자들은 뉴스를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야 할 것들이기도 하지만 알면 ‘유용한 것, 흥미로운 것, 재미있는 것’으로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유튜브로 보는 뉴스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을까? 비디오머그의 ‘국회로운 대화로 배우는 올바른 대화 예절~ 이렇게 말하면 안 돼요★’ 편은 정치인들의 예의 없는 말과 태도를 초등학교 1~2학년용 국어 교과서를 활용해 꼬집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가 270만 회를 넘는 등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독자들은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아니 누가 뉴스 편집을 이렇게 기똥차게 재밌게 하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공급자 중심의 뉴스가 아닌 수용자 관점에서 풍자와 해학을 담은 콘텐츠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보편화된 시대, 방대한 정보 속에서 팩트를 찾아 보도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명확한 데이터 기반의 심층보도다 보니 신뢰도 높은 탐사보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SBS의 ‘마부작침’ 팀은 2018년부터 매년 ‘국회 예산안 심사 회의록 전수 분석’을 보도한다. 특히 ‘얼음과 함께 씹어보는 2019 예산안 분석 후기’는 작가가 독자의 시선에서 질문하면, 취재기자가 국회 예산안 심사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콘텐츠다. 이 영상 중간 중간에 열받은 작가의 ‘얼음 먹방’이 나온다. 이용자에게 신뢰와 재미를 함께 전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용자들은 “재밌게 편집하니까 그래도 조금은 이해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재밌어. 신기해. 내가 똑똑해지는 기분이야”라고 반응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의 깊이 있는 ‘해설형 뉴스’는 잠재력 넘치는 지식 정보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SBS 스포츠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는 스포츠의 별의별 역사를 깊이 있으면서도 유튜브 감성으로 흥미롭게 전달한다. 방송국에 아카이브된 희소성 높은 과거의 뉴스 영상과 각종 외신 등을 풍부하게 활용해 해박한 스포츠 지식을 전한다. 어려운 의학 지식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주는 콘텐츠도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환영을 받았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의 ‘닥터저널리스트’가 대표적인데, 이 콘텐츠에서는 기자가 ‘DJ 차니’라는 친근한 부캐로 변신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의학전문기자의 신뢰도와 지식, 여기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쉽고 흥미로운 구성을 더해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재미’를 갖춘 지식 정보 콘텐츠를 지향했다.

뉴스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단순 서점을 뛰어넘어 문화 체험 공간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일본 쓰타야서점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공급자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성(物性)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철저히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이용자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 내놓으면 알아서 팔려나가는 시대는 지나갔다. ‘웰메이드 콘텐츠’를 한 상품으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과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효과적인 브랜딩을 통해 이 채널은 어떤 곳인지, 무엇을 다루는지를 명확히 인지시키고, 구독자가 채널에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1년 8월 15일 새벽,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비디오머그 팀은 ‘아프가니스탄 사태 총정리’를 두 편에 걸쳐 내놓았다. 이슬람 전문가를 초청해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복잡한 정세를 정리하고, 관심이 높았던 난민 문제도 다루었다. 이용자들은 “와~ 진짜 궁금했는데 세계사 강의 듣는 것 같아요”, “두 편에 걸쳐 영상 만들어주신 비디오머그 팀, 감사합니다”라며 호응했다. 해설형 뉴미디어 콘텐츠도 맥락 저널리즘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한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나 범죄 사실, 역사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비디오머그 팀은 201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뉴미디어용으로 중계하기 위해 박수진 기자를 파견했다. 박수진 기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디오머그의 대표 색상인 민트색으로 ‘풀 장착’했다. 비디오머그라고 적힌 머리띠를 하고 민트색 점퍼를 입고 마이크를 들었다. 어찌 보면 ‘기자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철저히 처음부터 준비한 콘셉트였다. 북한과 미국 정상 간의 회담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독자들이 좀더 친밀하게 접근하도록 하고, 방송 뉴스에는 미처 다 담지 못하는 현장의 감춰진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키우는 전략이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기자 누나’, ‘기자 언니’라고 칭하며 실시간 채팅이나 댓글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이를 현장에서 취재해 답변해주는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졌다.
스브스뉴스에서는 젠더, 트렌드, 환경 등을 다룬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비디오머그에서는 고발성 사건 사고, 현장 취재물, 풍자성 정치 뉴스에 좀더 반응이 있다. 그러면 콘텐츠의 내용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콘텐츠를 다루더라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고, 자막의 표현도 다르고, 하다못해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는 것은 무턱대고 인기 높은 콘텐츠를 따라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차별화와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비단 유튜브 뉴스 채널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방송 뉴스도 하루 동안 소비된 똑같은 이슈들을 매일 저녁 어떻게 하면 좀더 새롭고 차별화된 방법으로 풀어나갈지를 고민한다. 브랜딩을 시작할 때는 우리 채널이 어떤 채널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다듬는 게 중요하다. 브랜딩에 성공한 ‘대체 불가한 채널’이 수익 창출의 다변화와 안정화를 이루는 데도 수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뉴스

“뉴스룸은 벽돌이 아닌 ‘레고’로 지어야 한다. 오늘 최적의 구조가 내일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뉴욕타임스』가 2014년에 내놓은 ‘혁신 보고서’의 일부다. 『뉴욕타임스』의 이 절박한 위기의식이 담긴 보고서의 핵심은 바로 ‘디지털 퍼스트’다. 모바일 기술 발달로 뉴스 소비 행태도 변화하면서, 종이신문과 방송 위주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디지털 우선주의’를 의미한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도 통합 뉴스룸을 내세우며 ‘디지털 퍼스트’를 체화해나가고 있다. 뉴미디어 기자뿐만 아니라, 출입처 기자들도 기존의 취재와 저녁 메인뉴스 제작에 그치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뉴미디어 활용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취재 부문과 뉴미디어 부문에서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뉴미디어가 젊은 주니어 기자 혹은 뉴미디어 기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노익장 시니어 기자들의 참여와 활약이 곳곳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부서 간 협업을 강조하고, 국내에서도 출입처 기자와 뉴미디어 제작자가 협업해서 제작한 콘텐츠가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2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레거시 미디어의 이용이 줄고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동시에 뉴미디어 영역을 활용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포스트 유튜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가 생각하는 뉴미디어는 우리가 말하는 순간 올드미디어가 된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카카오뷰 등이 ‘포스트 유튜브’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유튜브를 대체할 ‘포스트 유튜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뉴스는 ‘독자 퍼스트’, 즉 독자 지향적인 뉴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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