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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서평『한국의 내일을 묻는다』 정범모 지음, 나남 刊, 2004, 415쪽
특집: (4)서평『한국의 내일을 묻는다』 정범모 지음, 나남 刊, 2004, 415쪽
  • 권대봉 고려대
  • 승인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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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格을 세워야 미래가 있다

‘한국의 내일을 묻는다’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원로학자께서 한국이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國力·國格·敎育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제시한 것이다. 외국을 여행해 본 사람이면 국력과 국격에 비례하여 스스로가 대접받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거주 교포들은 고국이 발전하기를 항상 염원하면 살아간다. 개인의 품위는 인격으로, 나라의 품위는 국격으로 표출된다. 국력의 뒷받침 없이는 국격이 형성되기 어려우며 형성된 국격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국력과 국격의 원천은 교육이다. 저자는 강대했던 징기스칸 원나라 후예들의 국가인 몽골과 수백년 동안 중원을 지배했던 청나라 만주족의 언어, 문화, 종족의 명멸을 지켜보며, 국력과 국격 배양의 중요성과 교육의 역할을 피력하고 있다.

먼저 국력은 전방위적 장인적 역량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국력이 전방위적이라는 것은 국가의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역량의 총체라는 말을 의미한다. 지금 한국에는 직업분류상 약 4천6백개의 직업이 있는데 그 모든 직종에 종사하는 각계각층 직업인들 역량의 총체가 국력이며, 이들이 제각기의 영역에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때 그 총체가 국력이 되는 것이다. 이들 각 영역의 역량들은 밀접하게 상호 관련되어 있으며, 때로는 상보, 때로는 상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인에겐 세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남의 추종을 불허하는 식견과 기량, 애착과 헌신, 사명감과 전문윤리가 그것이다. 국력이 부족·부실하다는 것은 바로 자기 일에 전문적 식견과 기량, 애착과 사명감, 그리고 투철한 전문윤리를 가지고 있는 여러 영역의 장인들이 부족·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전방위적 장인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는 多가치, 內在가치, 자율, 다양성의 풍토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가치 풍토란 사회에 필요한 모든 활동들이 사람들에 의해서 다 소중하게 여겨지고, 응당한 사회적 인정과 대우, 칭송과 가시성이 따르는 풍토를 의미한다. 내재가치의 풍토는 각기의 활동을 생계·치부·명예·출세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멋·보람·묘미 때문에 추구함을 말한다. 자율의 풍토는 장인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으로 자기 일에 자유·자율 없이는 전문적 역량의 축적이 있을 수도 없고 발휘될 수도 없다고 했다. 다양의 풍토는 다른 의견, 다른 사고방식들이 허용되고, 다양한 문화가 집산하는 풍토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러한 풍토조성은 이 나라 각계의 지도층과 교육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격은 나라의 정신적 기강이 되는 이념적 품격을 의미하며, 한국의 경우 국격은 헌법에서 國是로도 천명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의미한다. ‘한국에 비전과 이념이 없다’라는 말을 사회 일각에서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신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인식과 신념의 부족이 바로 지금 한국사회의 크나큰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합성어이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반드시 언제나 양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자유민주주의의 고민이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회체제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유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원활하고 생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대칭적인 개념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 자율과 규율, 자유와 평등, 개방성과 프라이버시, 다양성과 통일성의 개념이다. 흔히 전통사회 또는 독재사회에서는 이들 쌍 중에서 그 한쪽인 사회·타율·폐쇄·획일의 풍토를 더 강조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주장은 이들의 대칭인 개인·자율·개방·다양을 더 강조하게 된다. 예컨대, 독재에서는 집단과 규율만 강조하고, 민주주의에서는 개인과 자율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민주주의에서 사회의식과 규율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런 정신풍토의 조성은 지도층과 교육자의 책임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이다. 한 나라의 교육은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 하나는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일이고, 또 하나는 그럼으로써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상관되어 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나라가 나라다울 수 있고, 나라가 나라다워야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교육에는 이념이 없다고들 말한다. 저자는 이 말에 한편 동의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교육에는 明文의 이념으로서는 헌법에 밝힌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교육법에 함축된 全人교육이념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이념이 교육실제에서는 도무지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이념이 없다고 말하는 것 또한 맞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교육에는 실제로 작용하는 이념은 없는 것이다. 한국교육에는 실제로 작용하는 이념은 없고, 있다면 그것은 무슨 내용의 어떤 지식이건 가리지 않고 다 잘 외워서, 출세경쟁에 이기려는 이른바 ‘입시준비교육’의 회오리만 있을 뿐이다. 입시준비교육의 회오리 앞에서는 모든 교육이념, 교육철학은 힘없이 무너지고 만다고 저자는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저자는 한국의 교육이념으로 전인교육과 자유 민주 교육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회기관, 정부, 교사에 대한 세 가지 호소를 통해 한국교육의 체질을 바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대학·정부기관·기업체 등 사회 여러 기관은 그 人事선발에서 필답고사를 지양하고 전인평가 방법을 택하기를 권유한다. 이는 교육정상화를 위한 첫 해법으로서 전인평가 방법은 그 기관을 위해서도 더 유능한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정부·교육부·교육청 등 행정기관은 학교와 교사에게 대폭 자율을 회복·허용하기를 간청한다. 이것이 한국교육의 둘째 해법으로 자율은 장인적 교사의 존립근거이고, 士氣의 근본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세번째로 교사는 교육에 대한 사명감, 식견, 전문윤리를 간직한 장인적인 교사로 자처할 것을 호소한다. 이는 모든 일에 ‘장인정신’이 필요하지만 교직에는 더 필수적이며, 교육의 궁극적, 최종적 결정자는 교사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을 맺으면서 현대세계의 모든 나라가 거역할 수 없는 세 가지 추세 속에서 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은 세계화, 미래화, 인간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화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미래화는 예견되는 미래에 지금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며, 인간화는 모든 일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이 그 중핵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본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양극화현상, 교육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매우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점이 든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못하지만,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은 섞여 미지근한 물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물과 기름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더욱 더 발전하고 있는 진통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본서의 의미를 파악한다면, 우리 미래에 소금과 같은 귀중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나라를 이끌고 있는 정치지도자들, 미래의 꿈나무를 기르고 있는 교육자들,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본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권대봉 / 고려대·교육학

필자는 미시건주립대에서 ‘미국 미시간주 산학협동 성인컴퓨터 직업교육 참여자의 자긍심 발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육체제의 재구조화, 평생교육이 해법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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