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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최승우
  • 승인 2022.01.0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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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92쪽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
- 초판 한정 저자 사인 인쇄본

“나는 지금껏 해온 글쓰기의 거의 모든 지평에 관해
이 책에서 이야기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고전에 기대는 시간》 《분노사회》 《청춘인문학》 등, 에세이스트와 문화평론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 정지우가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집을 내어놓는다. 20여 년간 소설, 인문서, 에세이, 칼럼, 서평, 평론,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쉼 없이 글을 써온 작가는,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정지우를 꼽았으며, 에세이스트 김혼비, 소설가 김사과, 사회비평가 홍세화, 시인 장석주, 방송인 오상진, 사회학자 노명우, 뮤지션 오지은 등이 정지우의 책들에 호평을 보낸 바 있다.

집필 작업 이외에도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자극이 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한 연대를 꾀하며 동시대 여러 젊은 작가들과 함께 에세이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등을 기획해 참여하고 있으며, 글을 쓰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크고 작은 글쓰기 모임과 강연 등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가 그렇게 20여 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오롯이 담아낸 “글쓰기에 관한 증언”들이다. 이 책은 그리하여 어느 한 작가의 성장의 기록이자, '글쟁이'로서의 정지우의 모든 것을 담은 자서전이라 불려도 좋다. 숨 쉬듯 글을 쓰고, 글쓰기가 곧 삶이 된 작가 정지우가 펼쳐놓는 내밀한 생각들은, 글을 쓰고자 하고, 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안내이자 섬세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쓰는 법, 쓰는 이유, 쓰는 생활, 쓰는 고통에 관하여

“내 안에 가득한 재료가 뜨거움이 식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이 시절에,
누군가에게 이런 것들을 전해야 한다고 느낀다.”

“지금껏 해온 글쓰기의 거의 모든 지평에 관해” 썼다고 말한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글과 글쓰기 자체에 대한 고찰,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조언뿐만 아니라, 불안하고 막막했던 습작 시절,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의 삶, 글 쓰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대감, 글쓰기의 트렌드와 책의 미래, 작가로서의 내적·외적 기쁨 혹은 고통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보석 같은 조언들은 정지우 글쓰기 노하우의 정수라 할 만하다.

작가는 제일 먼저 글쓰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만한 강연이나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데, 그에 따르면 글쓰기란 ‘머리’로 배우는 것이라기보다는 ‘몸’으로 익히는 습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한 해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열흘이 넘지 않는다는 그는, “글 쓰는 몸”을 만들어온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힌 것들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내어놓는다. 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을지, 글쓰기를 시작할 동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독자를 마지막 문장까지 붙잡아놓는 '지연'과 '절제'의 기술이란 무엇인지, 새롭고 신선한 표현을 만들기 위해 오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아끼거나 숨겨둔,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비법, 기술 같은 것은 없다.” 어떤 대단한 경험, 거창한 생각, 깊은 공부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놓여 있는 삶, 어느 평범한 일상, 아무렇지 않았던 오늘 하루를 자기만의 시선과 색깔이 담긴 한 편의 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작가는 조곤조곤 펼쳐놓는다.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정지우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답고 무해한 문장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해 위안받기를,
그의 삶이 보다 나은 쪽으로 인도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으므로.”

무엇보다 작가는 실제로 매일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된 ‘글쓰기의 힘’을 자신의 삶을 통해 생생히 증언하며,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가 된 시대에 글쓰기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고작 한 문단 쓰는 일을 어려워했던 날들, 하루 방문객이 한두 명밖에 되지 않는 블로그에 글을 끼적이던 시절을 지나, 어느 순간 한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변모해갔다. 이제 그는 다수의 책을 내고 글을 가르치며, 글을 매개로 전에 닿을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위로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경험을 한다. 물론 소속 없는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기에, 그 자신 '변호사'라는 제2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는 버텨낸 시간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20여 년 전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그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꼭 글 쓰는 일로 먹고사는 전업작가가 아니더라도, 정체성의 일부로서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가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들은 어떤 꾸밈도 없이 진실하게 다가가고, 문장들은 물 흐르듯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가능한 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스스로 애쓰”며, 세상에 그러한 진실이 가득하길 바라는 태도가 그의 글에 배어 있다. 삶과 글이 일치하는 정지우의 문장들은 그래서 아름답고 무해하다. 삶에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가? 글쓰기에 그것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노하우를 넘어, 삶과 글이 맞닿아 있다는 글쓰기의 본질을 그 자신의 문장들을 통해, 글 자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교본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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