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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사
한국사진사
  • 김재호
  • 승인 2021.12.24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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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석 지음 | 문학동네 | 592쪽

근현대 사료에서부터 현대 미술의 중심에 선 현재까지
한국사진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기념비적 역작

한국사진의 아키비스트로, 한국사진을 발굴하고 또 널리 알리는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이자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주석의 『한국사진사』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집필에서 완성까지 30년, 수록 도판 총 300여 점, 원고지 약 3,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우리나라의 사진 도입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중심에 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진의 역사를 총망라한 역작이다. 오늘날 사진은 문화사적·미술사적 관점에서 다분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그 유통과 소비는 끊이지 않으나, 정작 ‘한국사진’의 역사적 연구와 조망은 《한국사진역사전》(1998)과 최인진의 『한국사진사 1631-1945』(1999)를 끝으로 아직 20여 년 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한국사진사의 지체 현상을 타개하고, 지난 세기를 잇고 다가올 시대를 열고자 사진 연구자 박주석이 반평생을 쏟아부어 『한국사진사』를 완성하였다.

 

이 책은 한국사진의 역사를 통시적·공시적으로 정리한 최인진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기존 연구의 사각(死角)을 밝히고 박주석만의 사관(史觀/寫觀)으로 새로이 써내려갔다. 한국사진의 미적가치에 관한 연구가 부재하고, 서양 사진과는 다른 한국사진만의 연구 방법론이 합의-정립되지 못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저자는 다양한 사관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 기준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사진이 가지는 미적·역사적·사회적 의미망을 집요하게 추적해 이 한 권에 오롯이 담아냈다. 『한국사진사』는 한국사진의 역사가 곧 한국 근현대사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가 동양과 서양이 미시와 거시가 끊임없이 교통하며 이룩해낸 사진의 다층적 의미를 분석하며 한국사진의 독자적인 존재론으로까지 나아간다.

한국 작가들과 작품들에 관한 연구는 단순한 기술비평이나 인상비평, 미학적 비평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가치를 품은 역사성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은 서양에서 발명되었고,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 성과들이 증명하듯이 인간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개인의 차원으로 수렴하고 축소하는 르네상스 이래 일반화된 인간 중심 이데올로기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카메라와 사진의 원리가 서양과 전혀 다른 가치체계 속에 살고 있었던 우리에게 소개되어 어떻게 이용되어왔고 어떤 문화적 충돌을 일으켰으며 소화되어왔는지를 파악하고 연구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서구 문화의 수용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를 밝히는 첩경이며, 한국사진사의 연구와 정립은 카메라의 원리가 처음 도입되고 연구되기 시작한 실학 시대부터 오늘날 현대인의 삶을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우리나라 사진 영상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길목이다. _「서론」에서(26쪽)

『한국사진사』는 총 12개의 주제를 통시적으로 배열해 한국사진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장마다 부록을 두어 동시대의 흐름이나 주류에서는 비켜나 있으나 한국사진의 미학에 큰 영향을 준 선각자들,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단체와 사건 등을 다루었다. 토픽의 중간중간 도판을 수록함으로써 이해를 돕는 물론 각 도판은 빈티지 프린트(촬영 후 10년 이내 작가가 직접 인화)를 최우선으로, 그다음으로 오리지널 프린트(촬영 후 10년 이상 경과 후 작가가 직접 인화하거나 다른 전문가가 원필름이나 유리 원판으로부터 인화)를, 둘 다 없는 경우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복제본을 실어 최대한 당시에 생산되고 유통된 모습으로 독자들께 선보이고자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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