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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뭉치에 기반한 현대중국어 허사 유의어 대조 연구
말뭉치에 기반한 현대중국어 허사 유의어 대조 연구
  • 김재호
  • 승인 2021.12.2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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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파 지음 | 이은경·이나현·이현진 옮김 | 한국문화사 | 304쪽

비슷한 의미를 가진 부사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해 설명하다

말뭉치 언어학이 시작된 지 50여 년이 흘렀다. 초기에는 컴퓨터 하드웨어 여건이 좋지 않아 말뭉치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1980년대부터 컴퓨터 하드웨어가 개선되고 대규모 말뭉치가 지속적으로 구축됨에 따라 말뭉치 방법론을 사용한 언어 연구가 점차 중시되었고, 영국언어학자 Randolph Quirk 등의 『A Grammar of Contemporary English』,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와 버밍엄대학과 콜린스 출판사가 합작한 『COBUILD 영어사전』이 탄생하면서 사람들은 말뭉치가 언어 연구와 사전편찬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부터는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전자텍스트 형식의 언어자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였고, 말뭉치 기반으로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말뭉치는 언어 연구를 위해 풍부하고도 충분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빌어 언어의 많은 현상을 증명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연구자 개인의 주관적 이성주의 연구 방법으로 분석할 때 종종 대처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부분이다. 언어연구자의 사명은 언어의 실제를 살피고 언어규칙을 파악하는 것이다. 말뭉치의 방법으로 언어를 연구하면 이성주의 연구성과에 대한 진전된 검증이 가능하고 이는 언어연구자의 사명감을 회복할 수 있는 탐색의 길이다.

 

중국어 말뭉치는 1980년대 초반에 출현하여 90년대에는 중국어 정보처리 연구에 더 많이 사용되었으며 현대중국어 문법연구에서는 최근 10년 사이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큰 실제 텍스트말뭉치는 이미 10억 자 규모를 초과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법연구는 말뭉치 용례로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을 취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전통적인 연구방법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본 연구에서 필자는 전수 통계와 분석방법을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정 대조 분석을 위해 일정 규모의 말뭉치를 수집하여 연구말뭉치를 만들고 이러한 말뭉치 범위 내에서 모든 관련 용례를 전수조사하여 각 용례를 분석하고 처리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관련 통계 수치를 도출해 논제에 대한 묘사와 설명에 사용하였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필자는 연구에 제공될 수 있는 현대중국어 말뭉치를 다량 수집하였는데, 이러한 말뭉치는 주로 신문, 잡지, 소설, 전기, 산문, 공문 등 매체를 포함하며 5억 자 이상의 규모이다. 또한 이러한 말뭉치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말뭉치 처리 가공에 필요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계·제작하였다. 이로써 중국어 언어 현상의 정량분석을 위한 견실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현대중국어에서, 허사는 대부분 의미적으로 상호 관련되면서도 구별된다. 朱德熙는 『语法讲义』에서 현대중국어 허사 ‘还’, ‘再’, ‘又’, ‘重新’ 사이의 관련되고 구별되는 의미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관련성과 차이를 정확히 하는 것은 중국어 교육(특히 외국어로서의 중국어 교육)에 매우 필요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대중국어 허사 연구와 관련된 저서와 사전류는 서로 다른 정도로 이러한 어휘들의 비교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교분석은 과도하게 세세하고 잡다하거나 또 불필요한 사족들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종종 학습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습의 두려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일반언어학강의』에서 언어의 모든 성분은 늘 다른 성분과 상호 관련되고 상호 대립하는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연관관계와 대립관계는 늘 언어의 조합축과 계열축에 구현되며 이로써 언어체계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중국어에서 유사한 의미의 허사를 대조 연구할 때 이같이 중요한 체계성의 원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어성분(단위)을 선택하여 대조를 진행할 때 우선 상호 간의 관련성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관련성은 차원이 다양하고 많은 요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의 차원 또는 요인을 선택하여 정한다면 대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언어의 체계성 관점에서 출발하면 언어성분(단위)간의 의미관계는 상호 관련될 뿐만 아니라 상호 구별되거나 대비된다. 따라서 어떤 두 단어를 대조할 때 연관성과 함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한 단어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분석할 때는, 의미들 사이의 차이와 함께 의미들간의 상호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

성분들간의 상호 관련성은 특정 요인에 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분 간의 대립 역시 종종 하나 또는 몇 가지 방면에서만 나타난다. 하나의 요인만으로 양자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러한 차이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모든 방면을 샅샅이 고려하는 것보다는 핵심만을 파악하는 것을 추구한다. ‘本来’, ‘原来’와 같이 의미적 관련성이 매우 분명히 나타나는 것에 대해 어떤 이는 종종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며, 두 단어를 결합하여 ‘原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말뭉치에서 두 단어는 여전히 구분된다. 차이의 핵심은 두 단어의 기본의미가 아니라 두 단어의 사용 문맥에 있다. 문장의 표의 기능에 명확한 차이가 있을 때 두 단어에 대한 선택이 구분된다. ‘逐渐’과 ‘渐渐’은 동의성이 더욱 명확하여 두 단어의 차이에 대해서는 종종 정확히 말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실제 말뭉치를 세심하게 분석하면 용법과 의미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용법에 있어서 ‘逐渐’이 사용된 문장은 진술에 더 많이 사용되고 ‘渐渐’의 경우 묘사에 더 자주 사용된다. 의미적으로는 두 단어가 사용된 문장은 모두 변화를 나타내지만, ‘逐渐’문이 나타내는 변화는 간헐성을 보이고 ‘渐渐’문이 나타내는 변화는 지속성을 보인다.

체계적인 분석을 기초로 허사의 용법과 의미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본 연구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오랜 기간 현대중국어 문법 연구와 교육에 종사해 오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문법 구조 분석을 통해 구문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통상적으로 문장은 통사, 의미, 화용의 세 개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데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줄곧 이견이 있어 왔다. 이 책의 저자들은 통사적인 특징을 근거로 의미와 화용을 설명했는데 이는 인지적 규칙에 부합한다. 중국어 통사 형식을 표현하는 요소로 일반적으로는 어순과 허사가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언어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형식 요소의 범위가 이미 확대되어서 ‘표지’가 허사를 대체했다. 물론 허사는 중요한 표지이지만 표지는 허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그 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중국어 통사 형식 요소는 어순과 표지 외에 ‘리듬’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일음절, 이음절의 결합이 구조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 등이다.

인지적 관점에서 사유작용을 고찰할 때 지금까지 줄곧 감성에서 이성으로의 과정에 주목했는데, 사실 고차원적인 사유작용에는 중요한 단계인 ‘깨달음’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감성에서 이성으로는 구체에서 추상으로의 과정을 의미하며 이는 한 차례의 승화된 사유작용이다. 이성에서 깨달음으로는 추상에서 구체로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구체는 앞서 언급한 구체로의 회귀가 아니며 이들의 범위는 결코 같지 않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승화라고 볼 수 있다. 본 총서에서 ‘양’과 ‘공간’ 등의 문제를 언급했는데 바로 이러한 관점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현재의 문법 연구는 규범화와 현대화에 집중되어 있다. 언어 현대화는 광범위한데 기계번역과 자연언어 처리가 주요 내용인데, 이와 관련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정보처리, 구의 규범화 측면에서 유익한 시도를 했는데 이는 현재 학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본 총서의 주제 중 일부는 거의 다루어진 적이 없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일부는 여러 차례 연구된 주제지만 저자들의 새로운 견해가 있어 다양한 영감을 줄 것이다. 각 주제 사이에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역시 이번 책을 엮은 이유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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