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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예 ‘가작’이 일간지 신인상에 ‘또’ 당선
대학문예 ‘가작’이 일간지 신인상에 ‘또’ 당선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10.01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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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_문학계, 신인문학상 잡음 일어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
중앙일보가 매년 여름에 실시하는 중앙신인문학상의 올해 시부문 당선작이 중복투고 논란에 휩싸였다. 2000년부터 신춘문예와의 차별을 꾀하며 시작한 중앙신인문학상은 상금도 최대 1천만원으로 매머드급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9월 20일 ‘2005중앙신인문학상’ 시·소설·평론 세 부문 당선작을 발표했다. 문제는 시부문의 당선작 ‘만능사 제2호점’이 지난 5월 23일자 경희대 ‘대학주보’에 실린 전국대학생문예현상공모 시부문 가작으로 뽑힌 작품과 똑같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1연 첫 시어를 ‘회기동수목원’에서 ‘홍릉수목원’으로, 3연 세 번째 문장에서 ‘잎을 돌돌 말더래요’를 ‘잎을 돌돌 말아 이른 동면에 들어갔어요’로 수정한 부분을 제외하면 동일한 작품이다. 중앙일보는 투고작품이 ‘신문·잡지·단행본·사이버공간 등에 발표된 적 없는 순수한 창작물이어야 한다’로 엄격히 제시하고 있어, 중앙일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당선취소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 대학주보 당선 가작. 위의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과 동일한 작품이다. ©

대학주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선 소식을 접한 직후 당선자가 중앙일보에 연락을 취해 사실을 알렸으나 신문사로부터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한다. 즉, 중앙일보가 이 사실을 알고서도 당선작으로 뽑았다는 얘기.

이를 두고 중앙일간지와 대학주보의 위상에 따른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경계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제의 작품은 분명 신문과 인터넷에 기발표된 작품이기 때문에 규정위반은 너무나 명확하다”라는 것. 또 다른 이는 “대한민국 3대 중앙지에서 대학문예공모 가작 당선작을 알고도 뽑았다는 건 말도 안된다”라며 “뽑고 나서 골치 아프니까 괜히 면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이런 항의에 대해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는 “교내 행사인 지라 등단이라고 볼 수 없어 뽑았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있는 중이다. “전국규모의 전통있는 대학문예공모 당선작이 교내행사라는 건 말도 안된다”라는 것.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앙일보에 전화를 걸어봤으나 담당자는 “휴가중”이었다.

그런가 하면 계간 문학동네도 이번 가을호에 신인상을 발표했다. 시부문만 당선작을 발표하고, 소설과 평론부문은 응모작품들의 함량미달로 당선작을 내지 않았다. 문제는 4백92명의 응모자 중에 당선된 시부문이다.

심사위원이 당선자의 스승이라는 데서 의문은 시작된다. 문학동네 게시판에는 “남진우, 김혜순님 자기 제자들을 등단시키는 일은 그만 좀 하시죠. 낯뜨겁지 않으신가요”라고 글이 올라와 있다. 당선자는 김혜순 서울예대 교수의 학부 제자다. 이에 더해 작품의 분위기가 스승의 시풍과 닮았다는 점도 제기된다.

강한 시어와 탈모던적 해체의 분위기, 이미지들의 운용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관련해 문학동네의 한 관계자는 “당선자는 학창시절에 소설을 썼고, 심사자는 당선자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했다”라고 일축한다.

문학상에서의 중복투고와 심사에 대한 잡음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신춘문예의 경우 수년 동안 같은 작가가 같은 신문사에서 심사를 맡고, 대부분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문예지의 편집위원이 그대로 심사를 맡는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를 투명하게 하려는 노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문학의 위기가 지겹도록 운위되는 시기에, 등단작의 상금만 치솟고 등단한 이들의 작품의 질이나 등단과정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여론이 바닥세를 보이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우선 자기 인맥 밀어주기의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피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아직도 ‘뼈를 추려 붓을 삼고, 살을 펴 종이삼아, 피를 잉크삼아 시를 쓰는’ 곳곳의 이름없는 순수한 문청을 위해서 말이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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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2005-10-20 18:43:59
중복투고가 맞다고 생각되며, 중앙신춘문예 당선은 취소되어야 하겠습니다. 만약 학보에서 실시하는 문예가 아마추어라고 무시되어야 한다면, 그 의미없는 것들을 왜 실시해야 합니까? 그밖에 기존의 수상 혹은 게재의 기준은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기자 2005-10-06 21:42:24
뭐... 밑에 글 쓰고 중앙일보에 가서 문제제기하는 사람들 글 좀 읽어 보려고 갔더니... 놀랍더군요. 도대체 이 기사 무엇을 근거로 쓰신 겁니까? 비판의 글, 몇 개 찾기는 했는데... 대개 한 사람이 쓴 글이고... 뭐... 기사에서 묘사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뭐가 2005-10-06 21:20:16
이것이 쟁점이 될만한 사안인가? 기사에서 정작 문제 삼고 싶었던 것은 심사의 불공정인가? 아니면 중복 투고인가? 즉 기사의 앞부분인가? 뒷부분인가?

사실, 문학상의 평가 기준은 가장 잘 쓴 것이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발표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데, 그 발표되었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제시되어 있는 대로라면, 나중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졌던 시였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 수도 있겠다.

순수창작물, 기준은 이것 하나로 족한 것이 아니겠는가?

표절한 것도 아니고, 미미하다고 하지만 수정도 했고, 기껏 대학신문에 실렸었다는 이유로, 잘 쓴 시를 내치고 그보다 못한 시를 뽑는 것이 과연 정당하거나, 생산적인 것일까?

솔직해지자. 사실 나도 응모자로서 떨어졌지만, 별 불만이 없다. 당선작이 좋은 것이다. 이 정도라면 용납할 수 있다. 사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본심은 떨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내 시가 당선작보다 못하다는 데에 대한 분노 아닌가?

이런 시의 외적인 사안에 시비 걸 시간에 좀더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하자. 읽고 느끼고 잘 써라. 패자가 말이 많으면 추해보인다.

은산 2005-10-03 19:43:47
실지로 어긋난 폐단이 오래되되어 기존화 되었는데 어지 이번은 들키게 했을까? 차라리 신문에 내지 말고 대학 방을 붙혀 할일이지 지상에 공모 한다해놓고 덜미를 잡혔을까 다른 관관계도 거으가 그러하나 차라리 외국유명한 작가를 도입해서 심사 평을 함이 공정할 것이다. 그래도 부탁할지 모르니 난데 없이 초빙해야 한다. 신성한문학을 이렇게 흘러서는 오염된 것이되니 고침이 옳을 것이다. 초빙 심사비는 상금을 줄이면 될 것이며 잡음없어 좋을 것이다. 이제 부정은 하나씩 발부치지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