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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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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승인 2021.12.1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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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_『다윗』 | D. H. 로렌스 지음 | 도서출판 동인 | 250쪽

성서의 레토릭이 주는 울림과 감동을 전하다

로렌스가 드라마를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로렌스 문학 전공자 외에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소설들이 곧잘 외설 시비에 시달리면서 그는 세상에 소설가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렌스는 소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수백 편에 달하는 시를 쓴 시인이며 화가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로렌스의 소설과 시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널리 알려졌으나, 극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소설에 나타난 노골적인 성적 솔직함 때문에 그의 극 작품도 검열 대상이 되었는데, 『다윗』은 성서의 서사시적 이야기였기에 스테이지 소사이어티에 의해 1927년 공연될 수 있었다. 로렌스는 모두 10편의 극을 썼는데, 그의 다른 극들은 작가가 사망한 후 거의 40년이 지난 1967-68년에야 비로소 영국의 연극 비평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사울과 다윗의 갈등 문제에서 드러나는 인간사가 불러일으키는 강한 호소력 때문에 구약성서의 사무엘서에 유독 눈길이 가던 역자는, 로렌스의 『다윗』 텍스트를 PGA(프로젝트 구텐베르크 오스트레일리아)를 통해 알게 되어 이 작품을 번역했다. 

로렌스의 『다윗』은 극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한 약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의 레토릭이 주는 울림과 감동이 있다. 그것은 우수한 작가들이 그렇듯, 인간 심리와 심성의 근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는 오늘날의 독자가 읽기에 어색하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은 과감히 의역하고, 작품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역자 후기로 남겼다. 그리고 독자의 도움을 위해 이 극의 근거인 성경의 사무엘상 15장에서 20장의 본문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짧은 설명을 책 뒤쪽에 부록으로 담았다. 『다윗』이 독자들에게 인간 심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해주는 열려 있는 문이 되길 바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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