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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년째 한국서 추석 보내는 마이클 핀치 계명대 교수
인터뷰: 5년째 한국서 추석 보내는 마이클 핀치 계명대 교수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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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움'에서 '애틋한 정'으로

마이클 핀치 계명대 초빙교수(Michael C. E. Finch, 49세)는 올해로 5년째 한국에서 추석을 맞는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핀치 교수는 한국어도 유창할 뿐 아니라 한국음식도 무척 좋아한다. 송편 중에서도 꿀과 버무린 깨가 들어있는 송편을 제일 좋아한다는 그는 송편과 함께 먹는 한국 배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렁물렁한 영국 배 와는 달리 단단하고 과즙과 당도가 풍부한 한국 배는 세계에서도 으뜸’이라고 말한다. 

“추석은 영국의 추수감사절과 절기상 유사하지만 내용은 무척 다릅니다. 영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되면 학교나 교회에서 불우한 이웃들을 방문하고 음식과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가 주를 이루지요. 한국의 추석처럼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즐겁게 모이는 시간은 없습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가 추석과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영국은 산업혁명이후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변천하면서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고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82년도 가을 추석 즈음이였어요. 그때는 정말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라며 그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고 공항 거리에 있던 그 많던 한국사람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었어요.”

그때는 당황했지만 후에 그는 한국은 정말 애국심이 강한 나라라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핀치 교수는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3남 1녀를 두고 있다. 부인과 아이들을 영국에 두고 있는 ‘기러기 아빠’ 신세. 명절 때면 외로움이 더해져 이번 추석에는 충북 정주에 있는 처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장모, 장인어른, 처남, 조카들. 처가 식구들과 북적대며 어울리는 분위기야말로 추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고 말하는 핀치교수는 배가 불러도 ‘더 먹어라’ 권유하는 한국의 관대한 음식문화 뿐 아니라 ‘차도 막히는데 그냥 집에서 쉬라’고 말씀하시는 장인어른의 배려를 보며 혼잡한 고속도로에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에 합류하는 자식들의 정성어린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처가에서 차례 지낼 때 절을 하는 방법을 몰라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왜 이런 거추장스러운 행사를 하는지 첨엔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결혼 몇 년 후 처가에서 추석을 보낼 때였다. 아침에 妻祖父의 차례를 지내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 처조부가 뒤뜰을 나와 뒷산으로 걸어올라 가시는 모습이 보았다. 꿈이지만 너무나 선명한 처조부의 모습을 본 그는 장모와 장인어른에게 꿈이야기를 전했다. “살아생전 외국인 손주사위에게 각별한 사랑을 주시더니 꿈에까지 나타나신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며 “그 후 내가 한국사람이 다 됐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한국의 좋은 전통과 문화가 좋아서 한국학을 전공했다는 핀치 교수는 “일본의 닛산 같은 기업들은 옥스퍼드 대학에 학과개설 뿐 아니라 닛산연구원 같은 기관을 설립해 일본학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다한다”면서 ‘한국학의 발전’을 한국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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