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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교육의 반이다
‘목적’이 교육의 반이다
  • 최성 남서울대
  • 승인 2005.09.1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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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최성(남서울대·컴퓨터학과)

현재 컴퓨터 관련 교육은 목표가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언어와 방법론만을 4년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매학기 마다 비슷한 프로그램 언어만을 수없이 반복해 가르치니 학생들은 다양한 컴퓨터 언어에 헷갈릴 수밖에 없다. 수많은 컴퓨터 언어와 비슷한 개발도구들을 겉핥기식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컴퓨터 언어의 특성은 하나를 제대로 알면 다른 언어를 쉽게 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언어는 반복문, 테이블, IF문, 산술문 등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구조적인 특성을 가르치지 않고, 컴퓨터언어 단어만 가르치면 학생들은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어떤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환멸까지 느끼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머리 속으로 그려가는 ‘플로우’에 의한 창의력도 없어져 버린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목표와 방법론으로 가르치지 않아서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4년 전 컴퓨터관련 실무개발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ERP(기업자원시스템)’의 프로세스 개선과제를 중점적으로 강의하면서 프로세스 시스템을 숙지하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학기에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컴포넌트 강좌를 진행했었는데, 강좌 도중 실무교육을 위하여 학생들을 외부 기술개발 기업체에 양해를 구해서 3일간 전일제 교육을 보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대부분 학생이 이전 학기에 ERP시스템을 수강하면서 배운 프로세스를 분명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를 알게 됐다고 하니 일련의 과정이 꽤나 유용했던 것 같다.

다음은 강좌 수강후의 한 여학생의 이메일 편지다. 현재 이 여학생은 컴퓨터엔지니어링기업의 개발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ERP시스템에 대한 수업을 이수했습니다. 이 강좌로 체계적인 프로세스 시스템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목표와 방법이 분명해 지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로직(프로세스)을 그려 나가면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작성해야 되는 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리고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컴포넌트에 관한 강좌를 접한 뒤로 ERP와 접목방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있었습니다. 그 동안 UML 및 CBD에 대한 막연한 포괄적인 개념은 막연히 알고 있었으나 이번 실무 강좌를 통해, 샘플 프로젝트까지 해 본 결과 우수한 기능에 놀라고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미 외국에선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고 하니 새삼스럽게 놀라는 제 자신이 부끄럽죠.(중략)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실무 강좌 후기도 잘 보았습니다. 교수님께 더불어 실무 교육을 시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의 이메일 서신과 같이 실무 교육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강좌가 개설돼야 한다. 특정 소프트웨어 언어와 도구를 하나씩만 확실히 이해하면, 실무 훈련이 덜 된 초보자라도 다른 소프트웨어언어는 도구를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며칠 내에 습득이 가능해진다. 결국 창의력 있는 소프트웨어 설계 인력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완성되어가고, 스스로 태어난 인재들은 진정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교수들이 요즘 학생들을 두고 게으르고 실력이 없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교수가 분명한 목적에 기반 해 강좌를 개설만 해도 학생들의 전공 이해력은 높아지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컴퓨터 엔지니어 기업에서 특정 언어 프로그램 경력자만을 채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 된 일이다. 스스로 깨달아가는 인재들을 초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고, 경력자들만을 찾고 있다. 창의력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초보 및 경력에서 두루 찾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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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2005-09-22 15:45:12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교수는 당연히 교사다.
그런데 교육에 대한 지식은 없다시피하다.
가르칠 내용은 알고 있지만, 가르칠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가르칠 방법을 모르는 내용은 전달되기 어렵다.
더우기 가르치는 방법은 내용하고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과도 연결이 된다. 학생이 배우는 이유,
배우기 위해 준비된 정도, 학생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이런 것을 잘 알면 알수록 잘
가르칠 수 있다. 유치원 교사도 2년 이상은 배워야
가르칠 자격을 얻는데, 교수는 그저 연구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교사다운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증도 없이 교수가 된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교수가 먼저 변화되어야 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