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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미국의 한 물리학 교수, 업적평가 위한 'h 지수' 고안
해외동향: 미국의 한 물리학 교수, 업적평가 위한 'h 지수' 고안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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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40' 우수과학자, 'h 12' 조교수, 'h 20' 정교수 진급

▲허쉬 교수 ©
SCI의 논문 인용지수가 한 학자의 학문적 영향력과 권위를 확인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돼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SCI 인용지수가 연구자들 사이의 상호인용,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려졌을 경우 업적이 부풀려지는 문제가 있어 그 신뢰성에 의문부호를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 미국의 한 물리학 교수가 고안해 낸 'h 지수'(h index)가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셈법'이 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의 해외학술동향에 실린 "숫자이론"이라는 글을 보면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샌디애고 캘리포니아대의 허쉬(Jorge Hirsch) 교수는 과학자들의 논문 양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였다. 허쉬 교수는 자신의 방법이 "과학자의 누적 기여의 중요성, 의미 및 폭넓은 영향"에 대한 추정을 해 "각 개인을 비교하는 유용한 잣대를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h 지수는 한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과, 그 논문들이 인용이 되었는지의 여부를 모두 따져보는 방법이다. 가령 h 지수가 "25"인 과학자는 25건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들 각각이 최소한 25번씩 인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h 지수가 "50"인 학자는 50건 논문이 각각 50번씩 인용된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h 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가장 우수한 학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허쉬 교수의 주장이다. 

허쉬 교수는 "잘 알고 있는 하위분야에서 많은 물리학자들의 h 지수를 살펴본 결과, '존경받는 과학자들'과 '높은 h' 사이에 상관관계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을 어떻게 실용화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쉬 교수는 흔한 이름이 아닌 학자의 경우 기존 ISI 지식 웹 데이터베이스에서 몇 초 만에 h 지수를 알아낼 수 있다고 답변한다. 허쉬 교수는 예를 들어보이는데, 물리학자 가운데 조사를 해보니까 h 지수가 가장 높은 이는 프린스턴 첨단연구소의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 교수였다. 1995년 초끈이론의 여러 가지 이론을 단일체계로 통합시켜 M이론을 제시한 위튼 교수는 h 지수가 110으로 나왔는데, 이것은 그가 1백1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들이 각각 "최소한" 110번 인용됐다는 의미다.

허쉬 교수는 h 지수가 높은 물리학자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응집 물질 이론가 마빈 코헨(Marvin Cohen) 교수(94), 프린스턴대의 응집 물질 이론가인 필립 앤더슨 교수(Philip Anderson, 91), 오스틴 텍사스대의 입자 이론가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Steven Weinberg, 88), 메릴랜드대 수학 물리학자 마이클 피셔 교수(Michael Fisher, 88)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막대그래프는 지난 20년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을 당시의 h 지수가 얼마였는지를 보여준다. h 지수가 35에서 39 사이일 때 받은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다. ©
h 지수 49인 허쉬 교수는 "앞으로 20년 후면 지수가 20인 경우 '성공적인 과학자', 40인 경우 '우수한 과학자', 60이면 '매우 우수한 과학자'"로 분류되며 이걸 교수 승급 기준으로 만들어 "h 지수 12이면 조교수로, 약 18이면 정교수로 진급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쉬 교수의 이 방법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본인도 세부 분야로 들어갈 경우 각각의 분야가 갖는 평균 h 지수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으며, 따라서 여러 하위 분야의 학자들을 비교할 경우 각 분야의 전형적인 값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이라고 놓고 봤을 때 h 지수가 50인 양자역학자와 h 지수가 64인 핵물리학자를 비교할 때는 둘 중 하나를 다른 분야의 경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환율"부터 먼저 정해야 한다는 것. 

KCI(학술지인용정보시스템)의 초안이 완성돼 이를 둘러싼 학계의 여론이 뒤숭숭한 가운데, 난데없는 'h 지수' 소식은, 미국시스템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는 우리 학계가 앞으로 이와 유사한 과정들을 얼마나 긴 시간동안 밟아야 하는 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영문기사를 확인하려면 http://physicsweb.org/articles/news/9/8/9/1?rss=2.0)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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