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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여 나를 밟고 가라!”...비판논집 출간
“제자들이여 나를 밟고 가라!”...비판논집 출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8.1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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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화제: 이강수 연세대 교수의 ‘특별한’ 정년기념논총

정년퇴임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논문 한편씩을 ‘寄贈’하는 형식적인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송항룡·김항배 교수와 함께 노장철학의 터를 닦은 노장학 1세대인 이강수 연세대 교수의 정년퇴임을 맞아 방대한 분량의 기념책자가 준비되고 있다. ‘기획논문집’, ‘이강수논문선과 수필선’, ‘일반논총’(이상 예문서원 간행예정) 등 4권으로 구성되는데 올 8월 30일에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주목되는 것은 ‘이강수 읽기를 통한 노장철학 연구의 현주소’라는 제목이 붙은 기획논문집이다. 이 중에서도 2편의 논문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의 논문 ‘‘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본 이강수 장자해석의 특징’은 기획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논문이다. 박 연구원은 다른 학자와 구분되는 이강수 교수의 전매특허인 “道에 대한 실체론적 해석”에 문제를 제기한다. 만지고, 인식하고, 느낄 수 없는 道가 어떻게 현실에 실재할 수 있냐는 의문은 기왕의 학자들이 이 교수에게 제기했던 부분이다. 박 연구원은 이런 문제제기에서 비켜서서 그만의 방식으로 딴지를 건다.

우선 그는 이강수의 도 해석이 “세계를 생성·유지시키는 최종 근거를 어떤 유일적인 절대적 실체를 상정하여 설명해내는 형이상학”이라고 그 담론적 성격을 규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강수 교수의 도해석 그 자체에 들어있는 모순이다. “모든 사물과 사태가 道에서 발원되는데, 어떻게 도에 반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

이강수 교수는 이것을 나뭇잎의 비유로 피해간다. 같은 뿌리에서 발원한 나뭇잎들은 바람에 불려 서로 스치더라도 진정한 관계를 갖지 못하고 오직 뿌리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도에서 발원한 것이라도 그것이 德→性→形으로 변이되면서 원래의 정신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 하지만 멀어져서 심지어 전혀 관계없이 보일 지라도 그것이 도에서 비롯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는 장자철학의 세계인식 구도에 대한 비유적 설명이다.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
하지만 이 부분은 포석이었다. 이강수 교수의 도 해석은 “도라는 것은 편재하는 것인데, 어떻게 나뭇잎(사물들)의 뿌리(도)로서 위계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직격탄 앞에서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이 부분이 이강수 교수에 대한 박 연구원의 핵심적 비판이다. 바로 그 위계적이라는 것. 박 연구원은 이 교수가 실체론적 도의 입장을 취하고, 도를 머리로 삼아 아래로 사물들을 질서지우는 방식이 사실 순수한 텍스트해석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것의 역사적 성격을 환기시키는 것에 박 연구원 논문의 묘미가 있다.

1960년대 한국철학계의 상황에서, 그것도 동양철학의 주류라고도 할 수 없는 ‘장자’를 전공하면서 “장자의 생각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철학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는 것이 바로 그 역사적 해석이다. 1980년대부터 등장하는 초창기 도가관련 논문들의 대다수가 ‘자연’, ‘인간’, ‘존재’, ‘언어’, ‘인식’, 자유’ 등의 개념들로 가득 차 있는 것도 바로 학문적 인준을 받기 위한 번역의 결과라는 것이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노장의 도 역시 ‘실체’, ‘본체’, ‘만물의 근원’, ‘궁극의 언어’, ‘초월적 정신’으로 해석되었다는 것. 노장사상은 서양과의 유사성을 찾아나서거나, 아니면 서양과의 차이점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보편성을 증명해야 했다는 주장까지 나아간다. 이런 장자 연구의 초입에 교과서처럼 뚝하니 버틴 분이 바로 이강수 교수인 셈인데 박 연구원은 “누구보다 텍스트에 충실하고, 실증성을 강조한 이 교수”조차 학문이라는 格義를 갖추기 위해 本義를 접어 학자로서의 합리성을 의식(혹은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이강수 장자해석을 수용해서 정본화시킨 후학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박 연구원의 계보학은 이처럼 중층적이다.

이번 기획논문집의 간행위원장을 맡은 이광호연세대 교수는 간행사에서 "자신의 학문에 대하여 마음대로 비판할 기회를 열어주신 이강수 교수의 학문적 도량"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정년을 맞은 이 교수가 지팡이를 짚고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 ©

박원재 연구원의 논문 외에도 이강수 교수의 제자로 10년간 장자를 3번이나 강독한 박소정 건국대 계약교수 또한 이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가졌던 의문, 스승의 학설과 바깥의 학설을 저울질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 등 자신의 장자공부 역사를 꼼꼼한 고백체로 서술해서 멋진 논문 한편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록 모든 논문들이 이강수 읽기를 객관적으로 충실하게 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기획논문집은 지금까지의 어떤 정년기념논총보다 생산적인 논의의 물꼬를 스스로 터나갔다는 점에서 귀감이 될만한 시도로 보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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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수 2005-08-27 16: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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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 회원이므로
비전임 시간강사제도에는 무관심으로 일관 했으리라.

그 얼마나 착취와 만행을 자행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