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1:15 (토)
[딸깍발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딸깍발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교수신문
  • 승인 2001.06.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6-12 10:57:57
요즈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인 모양이다. 주된 내용은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것으로 엄청나게 많은 ‘가난한 아빠’들이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책을 하나같이 사서 보지만 정말 부자가 된 사람은 책의 저자뿐이라고 한다.
물론 어서 빨리 ‘부자 아빠’가 되기를 바라는 이 땅의 수많은 ‘가난한 아빠’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보다 나은 먹거리와 식량주권을 고민하는 농어민이나 공동체적 삶의 토대를 개선하기 위해 땀흘려 싸우는 노동자들, 붕괴되는 학교 현장을 안타까워하면서 박봉을 쪼개어 결식아동에게 점심을 먹이는 교사들 같은 많은 바람직한 아빠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부자 아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더구나 이 책은 아빠에 대해 능력을 기준으로 우열로 가르고 있으며, ‘부자 아빠’는 머리 좋고 약삭빠르며 부지런하고 꼼꼼한 반면 ‘가난한 아빠’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서울 유명대학에서 제기한 기여입학제가 논란을 불러왔다. 논란의 핵심은 입학정원 2%에 해당하는 80명 정도의 학생에게 20억에 상당하는 기부금품을 받고 입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계산대로라면 그 액수는 년간 등록금 총액에 맞먹는 1천6백억이나 된다. 이 같은 현실적 유혹 때문인지 교수평의회도 동의하였고, 비판적이었던 교수들마저 반대 의견을 유보함으로써 묵시적 동의를 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실시한 학생 의견조사에서도 60%의 학생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며 검은 돈에 의한 입학 가능성까지를 내세워 반대하지만 찬성론자들은 우리 사회에 때묻지 않은 돈이 얼마나 있느냐면서 현실적으로 대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외국처럼 기여입학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학생들 견해도 마찬가지이다. 수준 낮은 아이들이 돈으로 대학에 들어오는 것이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그 돈이 학교발전과 자신들의 복지에 쓰인다면 눈감을 수 있다는 논리인 듯 하다.
지방 사립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모든 사립대학에 기여입학이 허용된다고 하여도 결국 서울 일부대학에 몰릴 것이고 이러한 편향이 서울 명문과 지방사립을 엄청난 격차로 만들 것이라고 보이기 때문에 기여입학금을 같이 나누는 공동관리를 전제로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더 많이 팔릴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젠 웬만한 부자들에게도 필독 서적이 될 것이며 기여입학 가능 여부로 부자의 수준이 나누어질 것이다.
언제까지 자식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부자 아빠’가 되는 길에 목을 매야 하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