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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표절관행, 어떻게 볼 것인가
특별좌담: 표절관행,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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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통합검색시스템 필요 … 심사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낯뜨거운 표절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대학은 표절자에 대해서 미온적으로 대처한다. 이것은 단순히 대학의 책임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표절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둔감하고, 개념적으로 밝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태로 보인다.

이에 교수신문은 앞으로 표절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무엇이 표절이고 이런 표절이 어떤 구조적 환경 속에서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와 의식변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 교수단체 및 학진 관련자를 초청해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 주>

일시 : 2005년 7월 6일(수) 오후 2시
장소 : 교수신문사
사회 :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 정치외교학)
참석자 : 강남훈 교수노조 사무총장(한신대 경제학), 김정인 민교협 집행위원(춘천교대 한국사학), 손홍렬 사교련 사무총장(전 청주대 사학), 임성윤 비정규직교수노조 부위원장(성균관대 서양사학), 이종욱 학술진흥재단 경영기획부장

임성윤 "교수 임용시 제출된 논문을 열린 공간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손홍렬 "표절한 사람뿐만 아니라 심사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김정인 "학연으로 인한 봐주기 심사가 표절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종욱 "학진에 등재된 학술지들의 논문을 DB화 할 계획입니다"
강남훈 "사학법이나 교원임용법을 개정해 표절근절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자 "표절이 무엇인지에 대한 매뉴얼조차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회자 교수신문이 교수사회 표절에 대해 취재, 보도하면서, 교수사회 표절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며 법적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교수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이 표절이며 표절의 원인과 이유는 무엇인지, 표절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지혜와 고민을 모아보았으면 합니다.

이종욱 예전에는 석사학위 논문을 납본하고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학위 등록을 받게 했는데, 그 법이 개정돼서 석사학위 논문의 경우 국회도서관 등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없어지면서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도 요원해졌습니다.

손홍렬 대학에서 지나치게 논문을 많이 요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6개월에 한 편씩 요구하기도 하는데 승진 자격 등으로 연구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남의 논문이나 특히 접근이 어려운 외국 논문에 손을 대는 교수들이 많습니다.

강남훈 의대 박사 논문의 경우, 대신 써주기가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또, 교과서 표절의 경우 검증 시스템이 전혀 없고 독창성을 요구하기보다 표준화된 개념 정리가 교과서 내용의 대부분이다 보니 표절이 더욱 심합니다.

임성윤 특수대학원의 경우, 겨우 출석만 하고 논문 짜깁기 하는 것이 관행화 돼 있습닏. 지도교수가 표절 사실을 알면서도 석사학위를 주고 학위를 받은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논문 표절은 교육계 전반이 썩어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회자 학계에서 표절을 엄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표절 확인 시스템과 엄격한 규율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김정인 무엇보다 학연 때문입니다. 같은 전공 연구자라면 논문만 보고도 표절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는데, 학연 등 인간관계를 이용해 봐주기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 쉬쉬 하면서 뒤에서만 이야기할 뿐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표절의 심각성을 모르고 서로 알면서 묵인하는 겁니다.

임성윤 교수 임용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공개 강의 말고는 폐쇄된 공간에서 몇 사람만이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한다면, 자연스럽게 심사 대상이 된 논문들의 표절 여부를 논의할 수 있어 표절이 근절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손홍렬 석사학위 논문의 경우 대학 앞에 전문 표절 업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경우 표절을 의뢰한 사람뿐만 아니라 표절 논문을 작성한 사람, 논문을 심사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강남훈 상당히 많은 사립대는 이사장이 전권을 가지고 전문성 없는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하기도 합니다. 외부심사위원의 선택 등 인사위원회의 구성이 사립학교법 개정안대로 민주적으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외부심사위원 제도가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인 표절은 주체성 있는 학문문화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자기 스스로 학문을 해 가는 문화를 키우지 못한 겁니다. 
또, 유학 가서 우리나라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공표하면 표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신이 없으면 번역을 안 하니 표절여부를 밝혀내기도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적 식민지성이라고 봅니다.

이종욱 논문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학술지에 최근 3년간 실린 논문을 모두 데이터 베이스화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표절 논문을 적발할 수 있습니다. 또 표절 논문을 심사한 심사위원의 실명을 공개해 표절 논문의 경우 심사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회자 표절 근절을 위해 논문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손홍렬 성폭력 가해자를 실명공개 하듯이, 심각한 표절인 경우 실명공개 해 학계에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표절 교수의 소속 학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표절 교수의 급여를 장기간 삭감하거나 교수직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남훈 표절 근절을 위해 특히 교수 임용심사에 제출하는 논문의 표절여부를 분석해, 문제가 발견되면 임용을 취소하게끔 강제해야 합니다. 이번 교수신문에서 지적된 사례들만이라도 대학들의 대처방안을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김정인 제가 박사논문을 제출할 때부터 중앙도서관에 파일로 논문을 제출했는데, 무단으로 복사해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찝찝했습니다. 그 때, 나중에 검색해 봐서 내 논문을 도용한 사람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도적으로 표절 근절이 어렵다면, 학자 개개인이 자신의 저작권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사회자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 상당히 낮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표절인지에 대한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인 듯 합니다. 외국대학에서는 규정과 처벌이 명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종욱 몇 해 전, 학술진흥재단에서 논문표절에 대한 기준 마련에 대한 연구과제를 공모했는데, 아무도 응모하지 않아 폐기된 적이 있습니다. 표절에 대한 기준만 제시해 놓으면, 대학, 학회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겁니다.

임성윤 표절인가 아닌가의 판단은 각 학회가 나서야 합니다. 자정능력 있고 학자로서 양심 있는 학회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라면, 제대로 된 학회에서는 표절 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입니다.

강남훈 승진이나 임용시 비리는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고발할 수 있는 법안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립학교법이나 교원임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정해 표절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정인 대학마다 표절과 관련한 내부 윤리강령을 만들도록 하는 운동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사례를 보여주면서, 윤리강령 만든 대학을 소개하도록 하는 기사를 교수신문에 게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종욱 교육부 대학 평가 항목에 표절 근절을 위한 윤리강령 등 제도 정비 항목을 올려 심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자 교수신문은 학계 표절 근절과 의식변화를 위해 이와 관련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지면화할 계획입니다. 오늘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정리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사진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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