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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정책 혼선 빚어 … “도입 취지와 다르다”
일관성 없는 정책 혼선 빚어 … “도입 취지와 다르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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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진퇴양난에 빠진 교육부 전문대학원 정책

[대학기획] 말많고 탈많은 전문대학원 정책

의학·법률·경영전문대학원 등 어느 것 하나 문제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교육부가 ‘2+4제’ 도입이라는 당근과 BK21 사업 연계라는 채찍을 둘다 사용하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6월초까지 전환을 종용하다가 여의치 않자 기한을 연장해 8~9월경에 전환 추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관련해서는 취지에 맞지도 않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상태다.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우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학부 폐지 후 전문대학원 전환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굳이 학부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며 대학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 완화’라는 목적은 방향을 상실했고, ‘대학들의 자율 선택에 따른 전문대학원 전환’이라는 원칙은 퇴색했다. <편집자주>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꼴이 될 것이다.” 최근 잇달아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의학·법률·경영전문대학원 등에서 모두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자, 전문대학원 정책에 대한 대학가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추진본부 산하에 ‘전문대학원제도팀’을 꾸리는 등 전문대학원 체제 구축에 남다르게 신경 쓰는 것에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정책의 골간이 흔들릴지라도 전문대학원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정치 논리에 휩쓸린 로스쿨 도입 = “지금 법안대로 도입되면 법학교육 망한다.” 법대 교수들은 교육부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만든 ‘로스쿨법안’이 문제가 많은데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받아들인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소신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실망이었다.

“지금 법안대로 도입되면 법학교육 망한다.” 법대 교수들은 교육부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만든 ‘로스쿨법안’이 문제가 많은데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받아들인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소신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실망이었다.

이승호 ‘법학교육개혁을위한전국법학교수연합’ 공동집행위원장은 “설립 인가, 총정원, 교과과정, 평가 등 법조계가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라면서 “교육부는 원칙을 갖고 법학교육 정상화와 양질의 법률가 양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로스쿨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이제는 총정원 제한 등 로스쿨 입시 경쟁을 극대화시키는 로스쿨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새교육공동체위원회를 중심으로 로스쿨 도입 논의가 한창일 때만해도 교육부는 “소정의 요건을 갖춘 대학에 한해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를 인가한다”는 원칙을 지녔었다.

□ 대학반발에 ‘2+4제’도입 = 서울대 등 주요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교육부가 전문대학원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2+4제’ 도입을 제시한 것도 눈총거리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 졸업생의 극심한 입시 경쟁 등 전문대학원 체제를 뒤흔들만한 궁여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교육부는 1995년 5·31교육개혁안을 내놓을 때부터 줄곧 “국제 경쟁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학사과정 4년간 타학문 분야에서 교육을 받은 학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실시하는 ‘4+4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일종의 입학조기허가제도인 ‘학부·대학원 연계 복합학위과정 2+4제’는 지방 우수인재들의 수도권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집중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었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교육정책보고서’(2000)에서 “학부 학생의 수도권 집중 방지와 지방 우수 인재에 의한 지역사회 교육의 균형 발전을 위해 고등학교로부터 직접 의학교육과정으로 입학할 수 있는 학부·대학원 연계 복합학위과정을 설치운영한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 1년만에 학부 폐지 지침 없애나 =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경우, 관련 전공·학부 및 특수대학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침은 만들어진지 1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주요대학의 경영대학들이 학부를 폐지해야 한다면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발표되자, 교육부가 방향을 수정해 관련 지침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2004년에 만들어 2005년부터 지침을 적용할 때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학부 중심에서 전문대학원 중심으로 전환시켜 국제수준의 경영 전문가를 양성시킨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조동성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대학 자율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데도,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 문제가 생긴다”라며 교육부의 전문대학원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책 수정에 대한 빗발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하루바삐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주장할 뿐이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의학·법학·경영 분야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고급전문서비스인력을 양성하고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선 전문대학원 체제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말바꾸기가 계속되는 한 정책 혼선이 불가피해지고, 애초 계획했던 고급 전문서비스인력 양성도 요원해 질 수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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