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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프랑스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프랑스
  • 김봉억
  • 승인 2021.10.1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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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등교육의 최근 개혁 동향 ③ 대학과 그랑제콜의 ‘연합정책’

대학평준화와 관련한 논의를 할때면, 의례히 프랑스 대학을 떠올린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프랑스 고등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파리5대학 교육학과에서 DEA학위를 취득하고 주한 프랑스문화원 고등교육진흥담당관을 지낸 구신자 세계문화교육연구소 소장이 최근 『프랑스의 대학과 그랑제콜』을 출간했다. 구 소장이 세 차례에 걸쳐 '프랑스 고등교육의 최근 개혁 동향'에 대해 연재한다. 이번이 세 번째다.

21세기에는 각 국가의 명운이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는 대학과 그랑제콜의 이원화 제도를 고등교육의 세계적 경쟁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간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평준화된 대학에는 석·박사 학위 과정 등의 연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반면, 그랑제콜은 고급 직업교육을 표방하기에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석·박사 과정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오늘날 국가가 절실히 요구하는 창의적인 연구 인력으로 수렴되지 못하는 체제였던 것이다.

그 결과 세계 대학평가에서 프랑스의 고등교육기관은 저평가되었고, 최근 프랑스 정부는 그 순위를 제고하고자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학과 그랑제콜, ‘대학공동체(COMUE)’ 결성

  2009년 프랑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대학평가 순위를 제고시키기 위해 고등교육기관의 ‘연합’이라는 초유의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 교육부는 역량 있는 기관을 선별하여 몇 개의 고등교육연구단을 발족시켰다. 2013년에는 좌파가 정권을 잡자 전국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을 지역 단위로 연합(일명 대학공동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현재 프랑스의 대학공동체(Communauté universitaire, COMUE)는 통합, 실험적 통합, 연합, 연맹, 공동체 등의 다양한 형태로 결성되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공동체의 연구 분야를 총 5개(생명과 건강, 에너지, 디지털 기술과 과학, 환경, 인문·사회 과학)로 선정하고, 2015년에 연구 분야에 따라 대학을 중심으로 인근의 고등교육기관과 국책연구소들을 연합하여 총 25개의 대학공동체로 재조직시켰다(표).

이 대학공동체 결성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당초의 25개 공동체 중 이미 사라진 것도 있고, 새로 결성 중인 것도 있다.

이와 같은 연합정책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중의 하나는 단과대 규모의 고등교육기관 2~3곳이 아예 하나로 통합되어 새로운 거대 고등교육기관(또는 거대 대학)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트라스부르에 소재한 Strasbourg1, Strasbourg2, Strasbourg3의 대학 3곳이 2009년에 하나로 통합되어 ‘스트라스부르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였다. 또한 리옹에 위치한 2개의 고등사범에콜도 2010년에 하나의 고등사범에콜로 통합되었다. 
  
대학공동체 6년의 가시적 성과

  대학공동체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제도의 성과를 중간 점검해 보자. 2019년 이후 세계 대학평가에서 점차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9년 THE 평가에서 마침내 PSL이 4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주요 세계 대학평가에서 프랑스 대학이 최초로 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어 2022년 QS 대학평가에서 QS의 평가 이래 처음으로 50위권 내에 프랑스 기관 2개(PSL 44위, 에콜폴리테크니크 49위)가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PSL은 파리 과학인문대(Universitié de Paris Sciences et Lettres)의 약어로, 고등교육기관 11개(대학 1개, 그랑제콜 9개, 연구소 1개)의 연합체이다. 참여 기관 대부분이 대학 위에 군림했던 그랑제콜이지만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프랑스 고등교육의 역사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프랑스 최고 수준의 대학공동체 PSL의 소속 기관들의 소재(파리 행정 지도에 표시) 사진

QS의 연구소장 벤 쇼터(Ben Sowter)는 “2022년 평가에서 프랑스 대학이 선전한 것은 그동안 역량이 분산되어 있었던 대학과 그랑제콜을 연합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프랑스의 선두 대학 두세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대학들은 아직 기대만큼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대학평가의 상위 100위권 내에 대학 3곳, 100~250위권 내에 대학 2~3곳이 안정적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2022년 QS가 공개한 세계 대학 1,000위권 내에는 총 15곳의 프랑스 대학이 포함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2가지이다. 우선 프랑스 교육부는 세계 대학평가에서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이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학과 그랑제콜의 연합정책이라는 ‘극약처방’을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2023년 세계 대학평가에서는 프랑스 대학이 어떤 도약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신자 세계문화연구소 소장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5대학 교육학과에서 DEA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과 주한 프랑스문화원 고등교육진흥담당관을 지냈다. 최근 『프랑스의 대학과 그랑제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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