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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남제주군 발자국화석 시기 둘러싼 논쟁
쟁점: 남제주군 발자국화석 시기 둘러싼 논쟁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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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제주군 족적, 7천8백년 전 것으로 잠정결론"

지난 6월 1일 문화재청은 남제주군 사람발자국의 연대가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리했던 그동안의 논쟁이 일단락되는 듯하였으나, 오히려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제주군 사람 발자국 화석의 연구 경위를 살펴보면, 이 화석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01년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지질학)와 김경수 충북과학고 교사에 의해서이다. 이들은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지방대학 우수과학자 육성지원을 받아 ‘포유류와 조류 발자국 화석에 대한 고생물학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새와 짐승 발자국 속에서 사람발자국으로 보이는 화석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2003년 10월에 학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졌는데, 직후부터 줄곧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 발자국이 사람의 것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애초 발자국 생성 시기를 지나치게 높였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사람의 발자국이 아니라는 것은 이융남 한국지질자원 연구원(척추고등물학)에 의해 지난해 5월에 제기됐다. 이 박사는 사람발자국에서 무게가 실리는 뒤꿈치부분이 파이지 않고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을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서울대 수의학과 이흥식 교수, 인제대 족보클리닉 이우천 교수, 족적화석 전문가인 성균관대 송기영 교수 등 30명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이 때 사람의 보폭과 유사형태를 보이는 발자국이 근처에서 몇 점 발견됨에 따라 애초의 발자국도 사람의 발자국인 것으로 논쟁은 일단락됐다.

두 번째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것으로 애초 발견한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층서학)가 2002년 남제주 화산체 생성연대에 대한 기록(황상구 안동대 교수)을 근거로 발자국이 5만년 전 것이라고 추정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손영관 경상대 교수(지질학)와 일부 학자들은 주변에서 채취한 조개껍질 시료의 결과에 비춰 4천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결국 정확한 연대측정을 위해 남제주군에서는 4천5백만원을 들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용역을 맡겼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뉴질랜드 연구소 3곳에 의뢰, 각각 다른 시료와 측정법으로 검증이 이뤄졌다.

지난 5월 남제주군청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발자국 형성 지층의 상하부 사질층에서 Humin을 시료로 OSL측정을 해본 결과 6천8백±3백년∼7천6백±5백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손영관 교수의 주장과 근사한 값이다.

그러나 미국의 오레곤대학 연구소의 측정결과는 달랐다. 발자국 근처의 가장 오래된 암석인 광해악현무암 3개시료를 ‘40Ar/39Ar’법을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12만4천5백±11만2천6백년∼14만8천1백±14만4천6백년의 절대연령 값을 얻었고, 송악산 응회암 분출과 관련된 조면현무암은 1만6백년±1만9천9백년∼1만1천7백년±2만6천3백년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이 측정값은 오차범위가 너무 크고, 빙하기의 일반적인 해수면 변동자료와 현격하게 차이를 보여 다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분위기다.

그리고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에서는 발자국 형성 지층에서 채취한 탄소유기물 Humic을 시료로  얻어낸 탄소동위원소절대연령값은 1만3천5백년±65년~1만5천1백6십년±70년으로, 이는 탄소 유기물에 의한 측정 연령값 중 가장 오래된 값이다. 이 값은 해수의 범람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약염기성을 띠는 해수가 Humic 성분의 일부를 용해하여 실질연대가 다소 왜곡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연구결과인 “7천6백년∼6천8백년 사이”를 남제주군 발자국 화석 형성시기로 결론내렸다.

박기화 한국지질학연구원은 “현재 존재하는 자연(야외)과 측정결과가 일치할 때 인정을 해야한다”라며 연구결과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최초의 발견자인 김정률 교수는 “탄소동위원소 측정법이 합리적인 해석으로 보인다”라며 ‘5만년 고수’에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했던 손 교수는 “Humin이라는 시료가 육지에서 흘러내렸을 수도 있고, 바다에서 떠밀려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질자원연구소의 측정법은 신뢰하지만, 시료가 적당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여지를 남겨뒀다.

그럼에도 이번 사람 발자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고도 가장 오래된 사람발자국 화석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문화재청은 이 일대 4만여평을 6월경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존체계를 확립하고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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