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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문: 피라미드 공간을 보는 새로운 눈
피라미드의 문: 피라미드 공간을 보는 새로운 눈
  • 이지원
  • 승인 2021.10.0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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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92쪽

피라미드의 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구성에 담긴 

독창적인 건축적·공간적 의미와 가치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집트 문명만큼이나 오랜 관심과 활발한 연구의 대상이 되어온 소재도 없을 것이다. 2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이집트 조사 보고서 『이집트 지Description de l’?gypte』(1809~1822)를 펴낸 나폴레옹을 위시하여 숱한 탐험가가 이집트 문명에 매료되었고, 훗날 ‘이집트학’은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그것을 사랑하는 ‘이집토마니아’라는 문화 흐름까지 형성되었다. 특히 이집트 문명 가운데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이 피라미드다. 무려 3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한 절대권력자 파라오는 죽음을 초월한 권세에 대한 욕망으로 영원한 안식과 주거ㆍ통치의 공간인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그리고 피라미드가 ‘내세에 이르는 여정의 공간’인 동시에, ‘그 자체로서 내세를 표방하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지닐 수 있게 된 데에는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여러 개의 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피라미드 내부 공간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가치들을 ‘문’이라는 주제를 통해 분석하는 동시에, 현대 문 건축의 원류를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찾는 새로운 시각의 연구서이다. 이집트 고왕국ㆍ중왕국ㆍ제2중간기ㆍ신왕국에 걸쳐 등장한 31기의 대표적인 피라미드 본체와 부속신전, 그리고 신왕국 시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이후 피라미드의 역할을 대체했던 독립신전의 문들을 대상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이들 문에서 발견되는 여러 건축학적ㆍ공간학적 특징들을 탐구하고, 특히 갈림길과 미로, 연속 공간 등 창의적이고도 다채로운 문 구성을 통해서 영광과 몰락, 단절과 연결, 분산과 집중 등의 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지에 주목한다. 더불어 이러한 주제들이 이집트 이후의 서양 건축, 나아가 현대 건축에 이르러서도 반복ㆍ변주되고 있음을 보임으로써 확장된 건축사학적 논의를 전개한다.

건축의 역사와 이론을 다룬 60여 권의 저작을 낸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이집트 왕조와 피라미드 축조의 배경, 그리고 각각의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문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공간들을 풍부한 도판 및 사진 자료들과 함께 생생히 설명한다. 마치 여러 편의 고대 신화를 구술하는 것처럼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의 인류가 피라미드의 문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공간 구성에 담긴 의미와 가치, 또 문이 공간에 부여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상징과 독창성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기원전 27세기에 연원한 고대 문명으로서의 피라미드가 시대를 관통해 21세기의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 인문사회적 유산을 성찰할 계기 역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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