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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니
3기니
  • 이지원
  • 승인 2021.09.1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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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364쪽

편지, 가장 뜨거운 선언이 되다
버지니아 울프의 가부장제와 파시즘, 전쟁 비판

『3기니』는 1938년 발표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로, 흔히 울프의 에세이 대표작 『혼자 쓰는 방A Room of One’s Own』(1929)과 함께 읽히거나 그 후속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혼자 쓰는 방』이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살펴보았다면, 『3기니』는 여기서 더 확장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 에세이는 전쟁을 막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남성 법조인에게 여성 작가가 보내는 한 통의 긴 편지다. 편지의 저자는 ‘고학력 남성의 딸들과 누이들’의 희생과 원조로 지탱된 남성 엘리트 교육의 실패를 통렬히 지적하고 남성 중심의 국가주의가 벌이는 전쟁에 반대한다. 이 편지는 특정 계급과 성을 소외시키는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 한, 전쟁을 부르짖든 반대하든 모두 공허한 대의명분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반전론을 주장하는 아웃사이더로 남겠다는 선언으로 끝맺는다.

울프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두 차례의 큰 전쟁과 파시즘의 발흥, 문학·예술사적 대전환, 여성의 정치 참여와 교육·취업의 권리를 위한 투쟁 등의 시대적 격변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며 이에 대한 울프의 예리한 시선이 작품 전체에 잘 드러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울프는 방대한 문헌과 통계 자료, 정교한 논리와 사회 곳곳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가정·사회의 위계질서와 파시즘의 유사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당시의 보수적 애국주의와 전쟁 열기에 정면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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