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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형자료, 뭐가 있습니까?”
“다양한 전형자료, 뭐가 있습니까?”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5.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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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 주최로 ‘대학입학담당자 및 고교교원 정보교환 워크숍’이 있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으로 인해 고교생들이 광화문 앞에 모여 촛불시위를 열자 이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며 교육부가 주최한 자리였다.

교육부 관계자 설명 요지는 이랬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높아야 대학들이 학생부를 중요한 입시전형요소로 사용할 것이니 학교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없도록 시험문제를 ‘변별력 있게’ 내달라는 주문이었다. 또 서울의 모 여대 입학처장의 말을 인용하며, 수능 9등급제를 실시해도 변별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사들을 달랬다.

하지만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앉아있던 고교교사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는 것. 한 교사는 “내신문제를 어렵게 내달라고 말을 했는데, 대학들의 내신반영비율이 실질적으로 3~7%인 대학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고려대의 사례를 들어가며 “어느 학과의 경우 수능점수 0.8점 안에 내신성적 4.0만점을 받은 학생들이 1백38명이나 몰려 있는데 어떻게 대학별본고사를 보지 않느냐”라고 다그쳤다.

이날 논쟁의 키워드는 변별력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도, 질문을 던진 수많은 교사들도 변별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변별력의 중심에는 내신성적, 수능성적, 본고사성적 등 ‘결과로서의 학력’이 있을 뿐이었다. 결과로서의 학력을 통한 ‘학생들 줄세우기’라는 본질적인 구조 또한 논의의 전제였다. 주변 가지만 변했을 뿐 본질적인 개념과 구조는 변하지 않았으니, 교육부 관계자와 교사들 간의 논쟁은 끝나지 않을 논쟁이었다.

결국 누군가 변화해야 한다면 그 주체는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는 소위 명문대 관계자들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수 학생’의 개념을 결과로서의 학력뿐만 아니라 ‘발전가능성 있는’ 학생까지 포함하지 않는 명문대들 때문에 결국 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교사의 고함소리는 이들이 경청해야 할 따끔한 지적이었다. “대학들이 다양한 전형자료로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했는데 경시대회 입상성적, 봉사활동 말고 뭐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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