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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古典을 흥미롭게…끊임없는 질문이 비결
지겨운 古典을 흥미롭게…끊임없는 질문이 비결
  • 이용선
  • 승인 2005.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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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명강의: 이상복 원광대 교수의 ‘드라마의 이해’

 

이용선 (원광대 3학년·정치행정언론학부)

이상복 교수님의 '드라마의 이해' 강의 첫 시간. 여기저기서 “이 드라마가 그 드라마가 아닌가봐”라며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왜 문예창작학과 전공수업을 타 학과 학생들까지 수강신청 해 강의실이 꽉 찼나 했더니 아마도 드라마의 이해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분석하는 정도의 과목인가 싶어 수강신청을 한 모양이다.

드라마의 이해는 무대드라마인 희곡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수업이다. 그러니까 이 수업을 오해하고 수강신청 한 타 학과학생들은 큰 낭패를 본 셈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수강신청을 변경하지 않았다. 아니, 5월 수강철회 기간이 지나 한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수업에 푹 빠져있다.

“어, 그 드라마가 아니네?”

드라마의 정의조차 제대로 내릴 줄 모르는 타 학과 학생들을 붙잡은 최고의 무기는 바로 이상복 교수님만의 구수한 입담과 색다른 강의 내용이다. 누구나 고전 희곡 텍스트를 분석한다면 매우 지루하고 딱딱하게 생각하지만 이상복 교수님의 드라마의 이해는 희곡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된다.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그리고 심지어 이벤트까지 그 기초는 희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드라마의 이해 과목은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에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희곡은 시, 소설과 마찬가지로 문학의 대표 장르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영화 시나리오 등 영상 드라마의 창작을 위해서는 희곡을 공부해야 하며 희곡을 이해해야 영상드라마를 올바르게 수용 할 수 있다는 것이 교수님의 의견이다. 즉 드라마의 이해는 문예 창작의 전 단계이고 창작의 동기유발과 능력배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드라마의 이해 수업은 드라마란 무엇인가를 시작해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몰리에르의 ‘따르튀프’ 등 고전 희곡 작품을 읽고 조별로 플롯과 인물의 성격 등 텍스트 원본을 분석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하지만 단순히 문학텍스트를 분석하는 수업만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따분하고 지루한 고전 희곡은 강의시간이 되면 현대적인 모더니즘으로 탈바꿈된다. 고전이라는 네모난 틀에서 현실세계로, 또다시 고전으로의 귀향이다. 또한 문학텍스트를 영상물로 보면서 학생들은 영상과 텍스트의 연계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 받는다.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분석하는 시간. 학생들이 인형의 집의 플롯 구성과 주제, 등장인물 등 희곡 텍스트 분석하고 발표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뒤바꿈 하는 시간. 강의실은 순식간에 주인공 ‘로라’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학생들 간의 토론의 장으로 바뀐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주인공 로라가 과연 전형적인 여성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여기저기서 자신만의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전형적인 여성은 아니죠. 남편과 아이들을 내 팽개치고 짐 싸서 집을 나갔는데요?”, “로라가 문을 쾅 닫고 나간 순간 페니미즘의 시대가 도입된 것 같아요”, “교수님 로라가 연극 셜리발렌타인의 셜리와 같은 인물로 볼 수 있나요?”

이렇게 강의시간은 수업에 관련된 것이라면 할말 다 할 수 있는 수업이다. 왠지 교수님 시간에는 틀린 답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 풍경이지만 사실 이 속에도 절제는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되 나름대로의 답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 분위기는 학생들이 교수님의 수업을 즐겁게 인식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교수님과의 토론을 위해서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내심 쌓인다. 텍스트를 읽지 않으면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강의시간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앉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 모두 토해낼 때까지 질문 계속

교수님은 수업시간 학생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의견에 대해 “글쎄요?”라고 되 질문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교수님이 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하고 이야기하면 또 여기저기서 자신들만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또 다른 사람? 또 누구? 또? 또? 한마디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싶을 때까지 교수님의 꼬리를 문 질문은 계속된다.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학생들 각각의 의견은 한 송이의 포도알과 같다. 그리고 한 알씩 모인 생각의 알맹이가 생각의 포도송이를 이룬다. 희곡 텍스트를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교수님이 원하는 것이다.

이상복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에게 “감상에 젖으라”라고 강조한다. 텍스트 분석이야 차근히 배워갈 수 있지만 감상에 젖고 즐거움으로 희곡 텍스트를 읽는 것 이야말로 최고의 분석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즐겁게 읽고,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하고 폭넓게 공부한다. 드라마의 정의가 그만큼 폭넓고 이상복 교수님의 수업이 그만큼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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