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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한국문화의 기층은 무속문화 … 다양한 이해 필요”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한국문화의 기층은 무속문화 … 다양한 이해 필요” 
  • 최익현
  • 승인 2021.09.16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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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뒷전의 주인공』쓴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굿의 뒷전은 사회적 약자 위로하는 연극적 의례 

"무속문화 전체에 대한 강의, 교양강의를 개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천 년 집적된 문화라는 게 중요하니까요. 학자들은 있으니까, 강의라도 좀 개설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교육은 중·고교에서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무속 신화의 신화 부분, 
무속의 평등한 신관(神觀)은 교육에서 소화하기에도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무속문화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과 관점이 필요하다고 봐요."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사진=최익현 편집기획위원

가톨릭관동대에서 오랫동안 민속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오다 퇴임한 황루시 명예교수(70세·사진)가 지난 7월 폭염이 절정에 이르던 때, 굿판의 마지막 거리인 뒷전을 분석한 책 『뒷전의 주인공』(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을 내놨다. 그는 이 ‘뒷전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말한다. 굿판에 등장하는 귀신들을 가리켜 사회적 약자라니? 조금 의아할 수 있다. 

“책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무속 이야기는 학회가 아닌 자리에서는 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 어려운 주제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복합적인 우리 문화인데, 제도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학회에서 발표해도 열에 둘 정도만 이해 가능한 게 바로 무속이고 굿이다 보니 무엇보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써야 했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뒷전의 주인공』. 책을 펼쳐본 독자라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낯선 용어들이 있음에도 읽어가는 데 전혀 막힘이 없이 술술 읽힌다는 것을. 왜 뒷전이 굿에서 가장 중요한 거리인지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들어가는 글에서 시작해, 뒷전의 개념을 설명해주고, 개인적 경험들과 텍스트에 등장하는 뒷전의 인물들을 소개한 뒤, 사회적 약자로서의 뒷전의 인물 분석, 무속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구성에서 저자의 미덕이 느껴지는 대목은 개인적 경험들과 인물 분석이다. 전국의 굿판을 찾아다니며 현장 답사를 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공부한 학자의 동시대적 시선이라는 점, 급격한 산업화 바람을 타고 굿과 무당이 주변화되는 것을 목격한 세대의 증언적 묘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황 교수에 따르면, 무속은 현실에서 실패하고 소외된 삶을 살았던 존재에 관심을 가지는 종교다. 유교가 지배한 조선조에서 무속신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험한 죽임을 당해 유교의 정상적인 제사를 받지 못한 수많은 아픈 죽음을 무속이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험한 죽임, 아픈 죽음을 겪었던 이들이 뒷전의 주인공이다. 병들어서, 아이 낳다가, 객지에서 굶어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를 배회한다. 무당은 이 환대받지 못했던 이들, 살아생전 해결되지 못한 아픔과 고통이 남긴 이들의 한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풀어 주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무속의 이런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뒷전이다.

“뒷전에서 잡귀잡신만 위로받는 건 아닙니다. 이게 중요하죠. 굿을 함께 지켜보는 관중들도 뒷전의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자신의 세월을 객관화하고 드디어 웃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죠. 막다른 절망에 부딪혔을 때 이를 웃음으로 극복하고 벗어나는 기지는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오면서 민중들이 터득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을 도와준다고 믿는 신에게 의지하되 나의 도움을 기다리는 힘없는 작은 존재들을 잊지 않는 것, 그리하여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생하는 삶이 바로 무속이 지향하는 세계거든요. 이런 무속의 세계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차별받고 비참한 삶을 사는 사회적 약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공부하다가 「무당굿놀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황 교수는 1988년부터 관동대(지금의 가톨릭관동대) 전임교수로 부임하면서 강릉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물론 이보다 앞서 대학원 때 강릉단오제 현장 답사를 내려와 이미 푹 빠져있던 상태였다. 술술 읽히는 이 책의 저자가 궁금해 8월 20일 직접 강릉  초당을 찾아 그를 만났다. 일흔의 나이임에도 그는 정정했고, 말은 거침없었다. 굿의 현장을 찾아 전국을 누비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무당들을 상대하던 그의 내공이 느껴졌다.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이란 부제와 함께 책의 제목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뒷전의 주인공’을 주제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한데요.
“원래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이 발단이었어요. 굿판의 마지막 거리에 등장하는 초대받지 못한 잡귀잡신들이, 실은 사회적 약자였던 거죠. 이들에 관한 논문이었어요. 이걸 보고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강릉까지 찾아온 거죠. 사실 발표 논문을 보고 책을 내자고 제안 받은 건 처음인데요. 이건 순전히 편집자의 안목 덕분이죠. 당시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한 상태로 논문을 준비하다 보니 조금 느슨한 글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약간 가볍게 흘러간 글이었죠. 주제는 확실한데, 논문 무게는 덜했다고 해야겠죠. 휠체어 타고 학술대회장에 가서 발표했어요. 만일 그때 제대로 된 논문 스타일로 썼더라면, 이 『뒷전의 주인공』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겠죠.(웃음) 사실 무속 연구는 꽤 깊이 돼 있어요. 학회도 활발하고요.

다만,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진 게 없을 뿐이죠. 저는 무속을 우리 한국문화의 기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일반인에게는 무속은 여전히 낯선 존재고, 주변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굉장히 많아요. 이번 책에서는 곳곳에 무속과 관련해서 알아야 할 내용을 배치했어요. 1~2장은 새로 쓴 글이고, 3~4장이 중요한데, 기존의 논문을 확장한 것입니다. 제가 원래 원한 것은, 무속문화를 평소 공부할 수 없었던 젊은 사람들의 이해를 넓히는 거였어요.”

△ 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다 무속에 눈을 돌리셨더군요. 우리가 무속 문화의 자장 안에서 사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과학, 문학(연극)을 공부하다 무속에 심취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무속을 공부하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요? 
“원래 연극을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영화 일을 하셨거든요. 사실은 극작가가 되고 싶었고요. 연극을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죠. 배우는 정말 아니었고, 연출은 공간에 관한 감각이 떨어져서, 극작가 쪽을 생각한 건데…. 졸업 후에 직장 생활을 잠시 하고 있었는데, 당시 김호순 지도교수님이 켄사스대에서 연극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셨다는 기사를 접한 게 저의 인생 행로를 바꿨어요. 잘됐다, 대학 가서 연극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지도교수님 따라 외국인들 공부를 안내하는 일도 했어요. 외국인들은 저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굿 같은 거죠. 그래서 이들을 안내해서 국사당 진오기굿이 열리는 현장을 가게 됐어요. 가서 보니 글쎄, 제 눈에는 완전히 연극으로 보이더라고요. 여자가 아버지 두루마기를 입고, 아버지라고 끌어안고 우는 장면 등이 기억나는데, 그것이 연극으로 보였어요. 굿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가 된 거죠. 

무당이 굿할 때, 연극적 퍼포먼스가 보였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전국의 굿을 찾아 조사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굿을 찾아다니려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비용도 만만찮거든요. 사진작가 김수남 씨가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기도 해서 비용을 마련하곤 했어요. 그러다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문학사상>사에 찾아가 이어령 교수님에게 굿과 관련된 연재를 요청했죠. 등록금이 없어서 연재라도 하게 해달라고요. 지금 다시 보니 문장이 너무 형편없는 글들이더라고요. 이어령 교수님께서는 이런 글을 어떻게 돈 주고 연재해주셨을까 창피하더라고요. 그때는 자부심 있었는데, 요즘 다시 보니 죄송하기만 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탈춤 연구의 대가인 채희완 부산대 교수, 국내 최고의 광대·소리꾼 임진택과 중학 시절부터 선후배, 친구로 지냈어요. 제가 굿을 연구하면서 학계에 남은 것은, 탈춤은 끝까지 가도 4시간이면 모든 걸 볼 수 있지만, 굿은 짧아도 하루, 길면 2주 동안 이어진다는 데 푹 빠져서였죠. 제가 이렇게 반문하곤 해요. ‘어느 문화가 더 깊겠냐? 엉덩이 가벼우면 이거 못한다.’ 굿이 우리 문화의 뿌리라고 생각한 거죠. 실제로 마당극이나 탈춤은 굿의 뒷전이고요. 저희 어렸을 때, 서울서 굿하고다 끝나면 광대들 불러 놀게 해서 다들 먹였거든요. 이걸 ‘잡귀들 풀어먹인다’라고 하는데, 바로 이게 굿이고, 굿의 뒷전이었어요.”
 
△ 과연 오늘날 굿으로 상징되는 무속의 의미는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요. 
“굿에는 정말 중요한 의미가 내재해 있어요. 죽음이 삶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 사실 우리는 죽음이 삶을 간섭하는 문화를 살고 있는데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조상 탓하는 것도 대표적 사례죠. 무속에서는 죽으면, 살아있는 세계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어요. 무속의 모든 신은 초청받아야 올 수 있어요. 즉,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뜻이거든요. 폴 틸리히라는 신학자가 유명한 말을 했어요. ‘신도 인간에 의지한다’라고. 그는 이 발언으로 파문당했죠. 그런 식의 발상이 재밌는데요. 무속이 완전 그렇거든요. 신과 인간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굿이 뒷전이라는 연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자기네들이 처한 상황인식입니다. 무당이 보여줘서 다 같이 느끼는 것, 우리가 처한 맥락과 상황을 알게 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물론 굿판에서 무당을 통해 재현된 상황과, 이에 대한 인식에 도달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되는 건 아니죠. 그렇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것과 인식하지 못하는 건 큰 차이가 있어요. 어떤 문제에 우리가 직면해 있는지, 어떤 행동이 요청되는지를 환기하기 때문이죠. 굿은 그렇게 기층 민중의 삶 속에서 변화를 거듭해 왔던 거죠.

역사적으로 볼 때, 흥미로운 사실은 무속은 권력의 시각에서 볼 때, 통치하기 어려운 종교, 신앙이라는 점입니다. 무속은 알려져 있듯 다신교적입니다. 다양한 신을 인정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신 아래 신 없고, 신위에 신 없다는 거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속에서의 모든 신은 자기 영역과 고유 기능을 소유하고 있어요. 산, 마을, 집, 하늘… 하늘이 제일 클 거 같은데, 천신은 다른 부문에 간섭하지 않아요. 명령하지 않는다는 거죠. 아주 평등한 지점입니다. 수평적인 거죠. 수직적 위계가 아니라는 것인데,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신적 유토피아 설정이 아닐까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사상의 방증인 셈이죠. 

무속은 삼국시대부터 서민들의 신앙으로 남아 왔어요. 1,500년 지속된 살아있는 신앙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많은 타협을 했을 거라고 볼 수 있죠. 무속은 수없이 많은 타협의 역사, 굴절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속은 화해를 강조합니다. 잡귀들도 너도 먹고 물러나라, 이런 메시지입니다. 평안도, 황해도 무당은 칼을 들고 장구 치는 굿에서 ‘떼놈 물러나라’라고 합니다. 지배계급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나라를 위협하는 외세에 대한 공격인 거죠. 저는 이런 내용이 역사와의 타협이라고 봅니다. 

오늘날 혹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굿을 가리켜 ‘남아있는 굿’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남아있는’이 아니라, ‘살아 있는’으로 보는 게 옳아요. 엄청 활발하게 살아남아 있으니까요. 의례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무당의 수는 늘고 있거든요. 1960년대 4만 정도로 추산했지만, 지금은 20~30만 명이거든요. 물론 점쟁이 등을 다 포함해서지만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사회가 굉장히 무속화된 사회로 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은 분명하죠. 그런데 무당이 늘어난다는 건 반갑지만은 않은 현상입니다. 종교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니까요.” 

△ 뒷전을 경험함으로써 굿판에 참여하는 이들이 서로 연대하고, 아픈 삶의 상처를 끌어안음으로써,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고 했는데, 혹시 이것은 약자들끼리의 자기 위로에 그치는 건 아닐까요. 
“굿과 뒷전의 놀이를 통해 얻는 것은 상황과 어쩌면 역사에 관한 인식일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동체는 굿놀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요. 참혹한 현실을 웃어버린다고 그것이 곧 회피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한을 풀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인식을 쌓는 과정 아닐까요? 저는 무속문화를 이해하면 한국문화가 보이고 한국인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이 책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무속 이야기는 학회가 아닌 자리에서는 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 어려운 주제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복합적인 우리 문화인데, 제도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은 거의 없으니까요. 종교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미신이라는 프레임도 강력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경험에 의존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무속을 떠올릴 뿐이고, 전공자가 아니라면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기도 어렵게 된 거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무속문화는 우리의 문화,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 그렇다면, 무속을 제도권 교육 안에서 좀더 활발하게 가르치는 건 어떨까요. 
“대학으로 말한다면 중앙대에서도 민속학과가 없어져서 지금은 안동대만 남아있어요. 민속학의 일부로서 무속을 바라보는 것이죠. 학과가 없고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강의 만들기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반면 학술적 연구는 활발합니다. 또한 굿은 문화콘텐츠로서도 굉장히 좋은 소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무속문화 전체에 대한 강의, 교양강의를 개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천 년 집적된 문화라는 게 중요하니까요. 학자들은 있으니까, 강의라도 좀 개설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교육은 중고교에서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무속 신화의 신화 부분, 무속의 평등한 신관(神觀)은 교육에서 소화하기에도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무속문화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과 관점이 필요하다고 봐요. 종교적 다원주의가 필요한데, 이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회가 돼서 더욱 현실의 벽이 높아졌지만 말입니다. 

요즘은 석사, 박사 한 무당들도 늘고 있어요. 강릉단오제만 해도 그래요. 무형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있는 거죠. 20~30대는 굿 문화의 경험자들이 아닌데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요. 춤으로 석사, 박사를 한 이들이기도 하고요. 이들이 핵심 세력이 되면, 그때쯤 인식이 바뀔지 모르겠네요. 근래 강릉단오제에서도 20년 가까이 굿놀이 중 천왕굿할 때 뒤에서 하는 곰방놀이를 재현하지 못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공부해서 단오제에서 실행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엄청 칭찬했어요. 공부하면 아직 희망이 없지 않다는 거죠. 자료도 남아있고, 아직 살아 있는 늙은 무당들도 있으니까.”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이진 않으려고 해요. 기존에 썼던 책들인 『한국인의 굿과 무당』(1988)과 『우리 무당 이야기』(2000)를 보완하고 다듬는 작업을 천천히 하고 있어요. 오래전에 썼던 책이다 보니, 자료들도 바뀐 게 있고, 대중이 좀더 쉽게 무속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정할 계획이죠. 당시에는 싣지 못했던 무당 이야기도 있고, 큰 무당들 타계한 이후 후일담 등은, 다른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죠. 그거만 하면 제가 세상에 뭔가 빚진 거 갚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뒷전의 주인공』이란 책이 끼어든 건데요. 앞의 두 책은 시간 약속 하지 않고 진행하던 일이라, 새 책 집필이 가능했던 거 같아요. 선생님들 말씀이 70대 중반까지는 공부할 수 있다고 하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에요. 가능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무속문화에 대해서 호기심 가지고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하는 게 저의 일 아닐까요. 그렇게 쓰려면 글재주를 더 익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웃음)”

강릉=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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