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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전략회의의 힘
연구전략회의의 힘
  • 정세영 교수
  • 승인 2005.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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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정세영 (부산대·나노과학기술부)

90년도 부산대에 우수연구센터인 유전체 물성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나의 연구인생은 시작됐다. 물리학과 선임 교수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누리지 못한 여러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 일들이 가능했다. 독일 유학시절 박사 과정에서 처음 전공분야를 선택할 때 석사 시절에 했던 단결정 성장을 하지 않으려고 다른 전공을 선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결정과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되면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는 말을 실감했다.

지난 14년간 부산대학교에 재직하면서도 막노동에 가까운 결정성장을 학생들이 기피하는 통에 한때 전공분야를 대폭 수정한 적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딛고 7년째 국가지정 연구소재은행인 단결정은행을 운영해 왔고, 이를 통해 많은 보람을 느꼈다. 그 결과로 연구실의 노하우가 무척이나 많이 쌓이게 됐다.

연구 초기에 주로 강탄성 물질과 강유전 물질을 연구하였고, 이어 GaN, ZnO 등 반도체 연구를 수행하다 최근에는 자성반도체에 관한 연구가 관련 분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상온에서 자성을 띄는 물질을 연구하여 현재 과학재단으로부터 선도기초과학연구실(ABRL)로 지정받아 자성반도체의 물리적 근원을 밝히는 일과 소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된 단결정의 종류만도 1백20종이 넘었고 개발 분야도 유전체, 반도체, 자성체, 금속 단결정에서 박막시료 까지 다양화 했으며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료도 5~6건 이상 된다.

우리 연구실은 주 1회의 실세미나를 통해 한주간의 업무를 보고 받고 세미나 시간도 가지며 선임자들과의 월 1회 연구전략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구상과 새로운 과제를 도출한다. 연구실 내에는 전체를 총괄하는 방장이 있고 두개 팀의 팀장들이 자성반도체 연구와 강유전체박막연구를 각각 맡고 있고 단결정은행 실장이 시료개발 및 분석 등에 대해 지원을 한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세미나에서 논의된 실험의 결과가 얻어지면 일주일에 두 번 세미나실을 빌려 개인 면담을 가지고 같이 논문작업과 수정작업을 한다. 그리고 대학원생들과 단결정은행 연구원들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와 협력 체제에 의해 물질개발, 특성분석 및 논문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밤낮없이 연구에만 몰두하기에는 학생들에게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나의 교수법 없이도 스스로 연구실을 지켜준 대학원생들과 단결정은행의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 연구실이 유지되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단결정 및 박막 연구에 우리 연구실을 거쳐 간 많은 대학원생들과 단결정은행 연구원들이 분명 한 점 이상의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 자신한다. 

나는 2003년부터 부산대에 새로 신설된 학부인 나노과학기술학부의 교수로 근무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과 만나 이전에 해오던 연구에 대한 응용성을 꽃 피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새로운 동료 그리고 학생들과 새로운 연구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대학통합의 급물살 속에서 아직 미래를 알지 못하지만 두려움과 막막함을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앞으로의 남은 기간을 계산해 보니 여태 달려온 기간보다 조금 더 남았다. 그 남은 기간 동안에 나 자신의 연구 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일을 남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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