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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 이지원
  • 승인 2021.09.08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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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트 알탄 지음 | 고영범, 야스민 총가르(영문 역자) 옮김 | 알마 | 216쪽

모든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어째서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를

수년에 걸쳐 온몸으로 써 내려간 아흐메트 알탄의 옥중 수기

모든 권력은 기본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견제 세력을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 두고, 변수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은 이념이나 진영을 떠나 모든 정치권력이 마주하게 되는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러므로 제도적 민주화와 상관없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언제라도 훼손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 책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는 언론의 자유가 갖는 의미와 그 범위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지식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그 발언의 무게에 집중한다. 저자 아흐메트 알탄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생각의 자유를 꾸준히 추구해온 작가다. 그는 권위주의적 정부의 억압으로 억울하게 투옥되지만, 지식인이자 작가로서의 사명과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계속해서 저항하고 쓰겠노라고 외친다. 이러한 결의를 담아 옥중에서 어둠 속 희미한 빛에 의지해 잉크로 적어 내려간 19편의 수기는 변호사를 통해 밖으로 몰래 반출되어 번역자의 손에 건네졌고, 터키어 판본이 없는 상태에서 영어로만 먼저 출간되었다. 

대한민국의 1970~8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도 김지하를 비롯하여 많은 작가와 지식인들이 투옥되었으나 그때에도 권력의 펜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더욱 작가와 지식인의 살아 있는 정신은 정권을 겨냥한 날카로운 칼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 터키의 한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지식인인 아흐메트 알탄의 옥중 수기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언론과 미디어의 가짜뉴스와 왜곡을 법으로써 대응하겠다며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독자들은 저 멀리 터키의 한 작가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한국 사회에서 이미 지나간 의제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네 삶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여기’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해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도 작가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쓴 이 옥중 수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작가와 지식인의 역할과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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