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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 프랑스의 공꾸르상과 안티-공꾸르상
[해외문화] 프랑스의 공꾸르상과 안티-공꾸르상
  • 홍서연 / 프랑스통신원
  • 승인 2002.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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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4:37:18
‘상업성’과’부패혐의’논란

 

홍서연 / 프랑스통신원·빠리 4대학 박사과정

매년 10월부터 프랑스의 언론출판계는 1천5백여 개에 달하는 프랑스 문학상 중 가장 권위 있는 10여 개 문학상의 수상 결정에 주목한다. 이 중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공꾸르상의 심사위원회는 지난 10월 30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공꾸르상은 안티조선 운동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 된 동인문학상의 모델이기도 하다.
공꾸르상의 이번 수상작은 여섯 번에 걸친 투표 끝에 심사위원 7명 중 4명의 지지를 얻은 쟝-자끄 슐(Jean-Jacques Schuhl)의 ‘잉그리드 케이븐’(갈리마르)으로 결정됐다. 공꾸르상의 심사위원인 미셸 뚜르니에는, 올해의 선택에 만족하지만, 상업적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꾸르상의 또다른 심사위원인 로베르 사바띠에는, 슐의 작품이 너무 엘리트주의적이지만, 프루스트도 마찬가지였다며 올해의 결정을 변호했다.
그러나 작품의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공꾸르상의 수상작들은 매년 프랑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년 수상작인 쟝 에슈노의 ‘나는 떠난다’(미뉘)는 39만부, 98년 수상작인 뽈 꽁스땅의 ‘비밀을 위한 비밀’은 계속된 악평에도 불구하고 20만부가 팔렸다. 작가 빠트릭 베송에 의하면, 독자들은 책을 고르기 위해 공꾸르의 권위를 필요로 한다. ‘올해의 공꾸르상 수상작’이라는 빨간 띠가 둘러진 책들은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 중 빛을 발하면서 독자의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한 출판계 인사는, 공꾸르 상은 가장 좋은 소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위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공꾸르상의 종신 심사위원들이 각 출판사의 끊임없는 압력 하에 있다는 것, 그 자신이 작가이거나 평론가, 언론인이자 출판사 관계자라는 사실도 상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공꾸르상이 적어도 이 년에 한 번은 믿을만한 결정을 내리며, 두 번에 한 번쯤 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삐에르 꽁베스꼬(86년 메디치상 수상)의 우스개도 있지만, 수많은 작품들이 쇄도하는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또 훌륭한 작품이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상작의 질이 고르지 못한 것 역시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꾸르상의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부패의 예는 역설적이게도 프루스트와 셀린느이다. 프루스트는 심사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셀린느는 선물을 했다. 위대한 작가가 반드시 상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의 위대한 작가는 친구들의 부패에 영합할 줄도 알았던 모양이다. 이와 같이 프랑스인들은 문학상이 상업주의에 영합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받아들이며, 상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수상여부가 반드시 작품성을 가늠하는 잣대는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까뮈, 사르트르, 말로, 사로뜨, 로브-그리예, 아라공, 로맹 가리, 뚜르니에, 모디아노 등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많은 작가들을 수상자 명단에 포함하고 있는 공꾸르상이지만, 이의 권위에 대항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성적 관점을 강조하는 페미나상이 1904년에 창시됐고, 안티-공꾸르의 야심을 가진 르노도상이 1926년에, 페미나상의 결정에 대항하는 엥떼랄리에상이 1930년에, 다른 모든 상에 대항하는 메디치상이 1958년에 창시된 것을 감안할 때, 안티-공꾸르를 표방하는 상들 역시 제도권 안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이미 주변부 문화세력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공꾸르상의 최종심사에서 수상작과 경쟁한 아마두 꾸루마의 ‘알라는 필수가 아니다’(쇠이유)가 같은 날 르노도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작가군을 발굴한다는 기치하에 창시된 11월상(과거 12월상)이 지난 10년 동안 다른 권위 있는 상들의 수상으로 이어지는 매개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공꾸르상과 이들 상의 구분을 희석시킨다.
여전히 제도권 문화의 중심부에 있는 이들 상과 함께, 여성지 ‘엘’의 독자상 등 다양한 대중적 상들과, 비평가와 문학상의 권위를 믿지 않는 독자군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학자인 나딸리 하인리히가 말했듯이, 독자들은 여전히 평론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으며, 공꾸르를 포함한 문학상들을 가장 많이 가져간 갈리그라쇠이유(프랑스의 가장 큰 문학 출판사인 갈리마르, 그라쎄, 쇠이유의 총칭)의 책들은 여전히 압도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한다. 예술과 문화의 전반적인 탈중심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대한 제도권의 영향력은 프랑스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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