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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연하남, 과연 젠더 관계가 바뀐 것일까
드라마 속 연하남, 과연 젠더 관계가 바뀐 것일까
  • 김재호
  • 승인 2021.09.1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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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젠더와 미디어』 나미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97쪽

판타지 대상이 바뀐 것일 뿐 로맨스 문법은 그대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뀌는 젠더 불평등 속성 이해

“미디어 속 젠더는 미디어 밖의 젠더와 밀접히 연관된다.” 나미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이 책에서 미디어로 재생산되는 젠더 불평등을 이같이 표현했다. 나 교수는 “대중의 사회적 현실 구성을 담당하는 미디어의 성차별적 재현은 수용자가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내면화하고 기존의 남성중심 사회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미디어에서 접하는 젠더 불평등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체제를 굳건히 한다. 

테크놀로지는 중립적인 것 같지만 은연 중에 젠더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특히 기존이 테크놀로지는 남성 중심의 가치가 부여돼 있어서 비판 받았다. 나 교수는 서구 사회에서 라디오와 컴퓨터가 도입되었으나 소비자는 주로 남성이었던 점을 지적했다. 라디오와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는 게 남성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나 담론은 남성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미디어 속 편향은 다시 미디어 밖에서 재생산되는 구조다. 

20세기 중반 사상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은 생물학적 성의 측면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역할과 정체성이 규정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존의 성이나 섹스의 개념이 아니라 ‘젠더’의 개념이다. 나 교수는 “젠더는 단순히 성에 따른 특성이나 행동 또는 역할의 집합체 그 이상으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적 맥락에서 투쟁과 협상을 통해 변화해 나가는지속적인 사회적, 문화적 과정 그 자체다”라고 적었다. 

미디어 안팎에서 재생산되는 젠더 불평등

드라마는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연하남이 단골 소재로 나온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연애를 다룬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 역시 사회적 권력관계가 변한 건 아니라고 나 교수는 지적한다. 즉, “연하남의 등장은 젠더 관계가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판타지의 대상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로맨스의 문법이 기존과 다르지 않게 묘사된다는점을 보여준다”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대상이 주로 여성이다보니 그에 걸맞은 새로운 소재를 계속 찾아야 하는 셈이다. 젠더 불평등은 미디어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말이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광고 역시 범람하고 있다. 광고에 고착된 젠더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광고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더욱 자극적으로 시청자의 주위를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의 전통적 코드인 아름다움, 젊음은 여전히 작동한다. 특히 여성은 성적 대상화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나 교수는 “광고를 포함한 미디어에서 몸은 시각적 대상으로 상품화되고, 섹슈얼리티는 중요한 이윤 창출의 도구가 되며, 소비문화의 확산과 함께 성의 대상화와 상업화는 더욱 강화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남성다움 역시 광고에서 강조된다. 남성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날씬하고 잘 생긴 남성들이 주로 광고에 등장하게 됐다.

나 교수는 미디어 조직 내에서 나타나는 인력 구조와 젠더 불평등 역시 지적한다. 미디어의 핵심 직종은 남성의 비율이 높다. 특히 임원, 경영진에 남성이 많다. 우선 양적으로 여성이 열세인 것이다. 미디어 조직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은 수평적 성별 분리(부서 배치)와 수직적 성별 분리(위계와 권력관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여성 인력의 수를 늘리거나 일부 여성 임원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나 교수는 미디어 조직에 “내재된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젠더와 미디어’는 ‘퀴어와 미디어’로 병치된다. 미디어 안팎에서 젠더 불평등이 반복되는 것처럼, 퀴어 불평등 역시 재생산된다. 이 역시 문제점과 현안을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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